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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너희의 배후 세력"…이대생이 쏘아 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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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일) 저녁, 이화여대에서 직접 목격했던 장면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11학번 딸이랑 같이 왔습니다.” (81학번 이화여대 졸업생) ‘졸업생 시위’가 예정돼 있던 저녁 8시보다 훨씬 일찍부터 교정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본관으로 이동 할게요!” 정문에서 모인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휴대폰 불빛으로 서로를 밝히며 이동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졸업생들은 총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합니다.” 집회 장소인 본관 앞으로 이동한 후 가장 먼저 졸업생이 성명서를 낭독했고, 후배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하고 있었습니다. 본관 앞 마당은 ‘선배님’을 크게 외치는 후배들과, 갓 졸업한 새내기 직장인부터 머리가 희끗한 선배들이 어우러졌습니다. 이 낯선 풍경의 집회는 약 한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집회장 주변은 깨끗이 정리돼 있었습니다.

이날 본 낯선 풍경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본관과 정문 사이에는 집회를 지지하는 수많은 글과 메모, 그림으로 가득했습니다. 본관 내부도 점거 시위 현장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학생들은 둘러 앉아 공부를 하거나 조용히 취미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각종 세면도구가  잘 정리돼  있었고, 청소하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분리수거를 스스로 하고 있었습니다.

“주된 주동자들에 대해 신속하게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 (강신명 경찰청장) 이 낯선 풍경의 시작은 지난 30일,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두고 벌어진 학내 갈등에 1600명이라는 경찰력이 투입되면서부터였습니다.

“우리가 너희의 배후세력이다.” (졸업생 선언 中)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으로 규정하는 시선은 자발적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시작과 진행, 그리고 마무리까지 ‘주최측’이 없는 낯선 민주적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나는 느린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생님이 없었다. 우린 모두 둘러 앉아있었다. 선생님 없는 학급회의 같아 속도는 느렸지만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했다.” (ECC 일기장 부착물 中)

학교가 추진하려던 사업은 결국 취소됐습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소통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 낯설지만 분명하게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기획 권영인  /구성 이은재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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