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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이대 사태' 진짜 내막…숨 막히는 대학가의 사업 전쟁

[리포트+] '이대 사태' 진짜 내막…숨 막히는 대학가의 사업 전쟁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6.08.02 14:03 수정 2016.08.02 16: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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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이대 사태 진짜 내막…숨 막히는 대학가의 사업 전쟁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건물 1층과 계단을 700여 명의 학생들이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즉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면서 회의 자체가 무산됐습니다.

이틀 뒤인 30일에는 학생들이 점거 중인 이화여대 본관에 경찰력 1600여 명이 투입됐습니다. 본관에 사실상 갇혀 있던 교수와 교직원은 46시간 만에 경찰의 도움으로 빠져나왔지만, 학생들과 경찰 간의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본관 점거와 공권력 투입에 이어 학부모와 졸업생, 타 대학 학생 등이 가세하면서 이화여대 학내 분규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갈등의 쟁점과 원인 등을 살펴봤습니다.
● 미래라이프대학이 뭐길래?

이화여대 측이 추진하려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즉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은 매년 200여 명의 고졸 직장인과 경력이 단절된 30세 이상의 무직자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사업입니다. 교육부가 재정을 지원해주는 평생교육으로 4년제 대학 학위 수여가 가능한 제도죠.

지난 5월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에 지원했고, 7월 동국대ㆍ창원대ㆍ한밭대와 함께 대상 학교로 선정됐습니다. 이화여대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웰니스(건강, 영양, 패션)산업 전공이 포함된 미래라이프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을 신설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의 반발과 학내 공권력 행사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설립 일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학위 장사에 불과하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과 비슷한 특성화고교 졸업자 대상의 '기회균등전형', '특성화고교전형'과 '평생교육원'을 학교 측이 이미 운영 중이라고 말합니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으로 신설 예정인 뉴미디어산업이나 웰니스산업과 유사한 전공 역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새로 만들 단과대학과 비슷한 학과들이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30억 원과 정원외 인원의 등록금을 받기 위한 학교의 '학위 장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입니다.

반면 학교 측의 입장은 다릅니다. 뉴미디어산업이나 웰니스산업 등은 학사 과정에 있는 유사 전공과도 차별화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이 직장에 다니던 여성이나 야간 또는 주말에 공부 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이라고 주장합니다. 교육 대상이나 목적이 기존과 차별화된 새로운 평생교육시스템으로 ‘평등한 여성 권익 신장’과 ‘여성 교육 선도’라는 이화여대 건학 이념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학교 측과 학생들 간 첨예한 갈등의 배경에 '국내 최고 여대'라는 이대생들의 '학벌 순혈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동일한 입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 때문에 학교의 위상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순혈주의가 학생들 사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 대학가의 사업 전쟁

이화여대 본관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롯해 학부모들까지 합류했습니다. 카이스트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의 학교에서도 이화여대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죠. 이화여대 사태로 표면화되기는 했지만,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둘러싼 학내 분규가 이처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커진 데는, 교육부가 돈줄을 틀어쥐고 일방적으로 대학의 구조조정과 학제 재편을 압박하면서 대학 사회 전반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돈으로 재정의 15% 안팎을 충당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 사업을 따내는데 사활을 걸었고,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학내 조정 과정이나 소통은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입니다.

최대 재정사업으로 올해부터 3년 동안 매년 50억~15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될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이른바 '프라임(PRIME)'이 대표적입니다. 경희대와 인하대 등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사업 수주에 실패했고, 수도권 7개 대학 학생회는 프라임 사업 중단 요구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대학 본연의 가치와 존재 이유보다는 대학을 직업훈련 양성소로 탈바꿈하려는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도 사태를 키우고 있습니다. 기업과 산업계의 수요만 우선시해 관련된 분야에만 정부가 재정지원을 집중하면서 인문사회과학과 순수자연과학 분야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고등교육의 황폐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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