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가디언의 생존전략…"독자와 관계에 올인하라"

하대석 기자 hadae98@naver.com

작성 2016.06.21 19: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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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국제 뉴스미디어협회 총회 취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신문 가디언(Guardian)의 런던 본사를 찾았다. 독립언론, 공정보도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는 이 세계적 언론사에서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좀 비장하다.

“진화하거나 죽거나(evolve or die)"

1821년 창간해 195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가디언. 하지만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시대적 변화에 가장 혁신적으로 대처하는 매체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디언의 생존방식을 한 마디로 말하면 ‘독자와의 관계에 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짜피 신문판매대금과 광고대금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운명인 상황에서 독자와 직접 다가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독자와의 관계 구축에 있어 핵심은 고객정보 빅데이터다. 가디언은 독자들의 웹사이트내 동태, 이슈에 대한 태도, 상거래 행위, 인구학적 정보 등을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특히 정론지 답게 고객에게 정보 입력을 설득하고 정보 활용 동의를 받는 과정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정보제공 동의를 위한 홍보 동영상에선 고객이 제공한 소중한 개인정보로 보다 나은 맞춤형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려운 미디어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궁극적으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정통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한다. ‘소중한 개인정보를 주시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저널리즘을 지켜나가는 데 쓸게요’라고 설득하는 셈이다.

이렇게 정보 활용의 목적을 상세하게 밝혔더니 독자들이 가디언을 믿고 개인정보를 더 충실히 제공했다고 소비자 수익 업무를 담담하는 줄리아 포터 씨는 말했다. 

독자가 일단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가디언은 웹사이트에서 그 고객이 보인 모든 클릭과 행위정보를 모두 수집해 다양한 데이터로 활용한다.

고객 정보는 특히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뒤 가디언의 이메일 뉴스레터 전송량은 56%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메일을 열어본 숫자만 따져봤더니 뉴스레터의 경우 110%, 광고 레터의 경우도 32%나 예전보다 증가했다고 한다. 또 이메일로부터 웹사이트로 유입된 건수도 150%나 늘어났다.

고객정보는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가디언은 독자를 구매고객과 준구매고객, 잠재구매고객 등 세 가지로 분류해 관리한다. 잠재고객에겐 적극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홍보한다. 가디언이 운영하는 평생학습 교실인 마스터클래스 웹사이트에 한 번이라도 접속한 고객은 며칠 뒤 이메일로 할인정보를 포함한 광고 이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2014년 가디언은 수익사업으로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인상적인 것은 홈페이지의 가운데 배너광고 부분에 ‘가디언 책 구매하고 독립 저널리즘을 지켜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 정론지를 소중히 여기는 영국인들에게 이 슬로건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서점 책 판매는 전년 대비 61% 신장했고, 부가사업의 총수익은 60%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가디언측은 밝혔다.

가디언의 또 다른 핵심 수익사업은 회원제(membership)다. 회원들은 가디언 주최 이벤트 참석 티켓, 책 구입, 마스터클래스 수강 등 프로그램에 대한 각종 할인과 우선 예약 혜택을 받는데 서포터, 파트너, 후원자 등 연회비 등급에 따라 다른 특전이 주어진다.

회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가디언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다. 대규모 이벤트인 가디언 라이브는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주요 정당의 선거 유세 등 정치 행사도 가디언 라이브를 통해 열릴 정도다.

‘가디언 로컬’이라는 이벤트도 있다. 영국의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로 열리는 행사다. 유명 인사 또는 가디언 기자와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하고, 박물관 관람 투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열린다. 보통 80% 이상 객석이 찰 만큼 인기가 뜨겁다고 한다.

이런 다채로운 가디언 행사에 우선 예약권과 할인 특전을 내세운 덕분에 가디언 멤버십은 많은 가입자를 유치했고 언론사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다. 

가디언은 앞으로도 독자와의 직접적인 면대면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또 고객정보 빅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가디언의 생존전략은 독자를 낚아 광고를 보게 하는 식의 노림수가 아니라 고객과 관계를 맺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거두는 진솔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언론사가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면 권력과 자본에 휘둘려 저널리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데 가디언의 수익화 방식은 오히려 독자들로부터 믿음을 얻고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저널리즘 가치를 지켜나가는 선순환 구조다.

언론사가 돈을 벌겠다고 나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존경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디언은 보여준다. ‘이 언론사가 돈을 벌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해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형성한 덕분이다. ‘신문 보지 않는 세상에서도 죽지 않고 반드시 진화해 저널리즘을 지켜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많은 영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