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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사장님, 고기 안 사줘도 돼. 밀린 월급 줘요!"

[리포트+] "사장님, 고기 안 사줘도 돼. 밀린 월급 줘요!"
“외노자 좀 그만 좀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네요. 어느 나라 정부든지 자국민 보호가 우선인데, 한국인들도 이렇게 취업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든데 왜 자국민이 외노자와 경쟁해야 하는지….”  (포털사이트 아이디 co21****)

외.노.자.
 
조국을 멀리 떠나 대한민국 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주말에 한강이나 놀이공원에 가면 그들을 마주치곤 합니다. 그들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휴일을 즐기러 나온 것이겠죠.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은 어떨까요?

우리 사회를 이끌 주역인 젊은 세대가 그들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한국인의 다문화 인식과 정책’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20대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가진 인식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2010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의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본 20대는 13.3%였지만, 2013년에 31.3%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은 ‘행동’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추방시민연대 모임 등 그들을 반대하는 단체와 인터넷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 왜 ‘외노자’를 싫어하는가?

외노자를 싫어하는 이들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것입니다.

올해 청년 실업률이 10%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실업률이 오른 현실을, 값싼 임금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 탓이라고 보는 인식이 팽배해졌습니다. 한국에서 번 수입을 자신의 고향에 보내기 때문에 정작 한국의 내수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런 이유로 국익을 위해 그들을 한국 땅에서 내쫓아야 하며 더는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외노자 200만 명 때문에 국내총생산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변 외노자들은 하루 12시간 노동해 180만 원을 벌면 30만 원으로 친구끼리 원룸비와 식비로 지출하고 나머지 돈은 자국으로 8년 동안 송금해 수영장 달린 3층짜리 집도 짓고 그 나라 동생들의 자영업 가게까지 만들어 줬습니다.” (네이버 아이디 pb***)
●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 하지만 실상은…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단체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체류 자격은 ‘한국인 사업주’가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인 사업주가 그들을 필요로 해서 한국 땅으로 불렀고 일을 시킨다는 것이죠. 만약 한국인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체류 기간을 마음대로 연장할 수가 없을뿐더러, 사업주가 고용을 거부하면 그들은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러 온 게 아니라, 한국인 사업주의 허락하에 체류 자격을 얻고 일하는 것일 뿐입니다.
 
[ 조영관/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사무국장 ]
“지금의 고용허가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는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정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선택하는 방식이죠.”

또한, 외국인 근로자가 하는 일은 자동차나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절삭가공, 사출금형, 밀링머신, 프레스 등 이른바 ‘3D 업종’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 청년들조차 꺼리는 고위험군 작업이어서 외국인 노동자가 자국민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 일 시켜놓고는 차별, 체불, 그리고 횡포

지난 14일 우즈베키스탄 출신 근로자 4명은 밀린 임금 440만 원을 받았습니다. 2만 2천802개의 동전으로 말입니다. 고용주는 직원들이 고작 이틀 월급을 못 받았다고 출근을 거부하자 괘씸하게 생각해 동전으로 내줬다고 했습니다.

[ 동전으로 임금을 지급한 해당 고용주 ]
“건축주의 공사대금 결제가 늦어지면 하루 이틀 밀릴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일을 펑크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내가 그동안 술과 고기도 사줬습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고기는 안 사줘도 좋으니 급여를 제때 받고 싶다는 것이었죠.

[ 우즈베키스탄인 근로자 ]
“사장님에게 말했어요. 나 일했으니 돈 받아야 해요. 돈 줘요. 다른 거 필요 없어요.”
고용주의 횡포로 그들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3시간 동안 땀 흘려 번 노동의 대가는 100원짜리1만 7천505개와 500원짜리 5천297개로 돌아왔습니다. 무게만 135㎏에 달했습니다. 누가 봐도 부당한 처사지만, 그렇다고 고용주의 행위 자체가 법을 위반한 사항은 아니어서 제지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문제는 동전으로조차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체불은 2011년 211억 원에서 지난해 503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는데,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조영관/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사무국장 ]
“임금체불 문제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사업주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 노동자 권리에 대한 미흡한 보장,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안한 사회적 지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멀리 한국 땅으로 온 외국인 노동자. 하지만, 가난한 나라 출신일수록 그들의 현실은 꿈과는 멀어졌습니다. 임금은 제때 받지 못하기 일쑤인데, 자국민 일자리 뺏는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어디를 가나 멸시와 차별을 받는 존재.

SBS 취재진에게 서툰 한국말로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 외국인 노동자의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했습니다.

[ 칸/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
“많이 맞아요. 많이 맞은 사람도 많이 있어. 돈 달라고 가니까, 왜 왔냐며 나무몽둥이 들고.”
(기획·구성 : 임태우 기자, 김미화 작가 / 그래픽 디자인 : 임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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