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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뼈' 만든다…뼈 암 환자에 희망

발뒤꿈치뼈암 진단 23살 청년, 발목 절단 위기 넘겨

[취재파일]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뼈' 만든다…뼈 암 환자에 희망
23살 대학생 박 모 씨는 지난해 발뒤꿈치뼈에 암이 자라는 악성 골종양 진단을 받았습니다. 군에 입대해 열심히 훈련받던중 발뒤꿈치가 쑤시고 욱신거려 처음에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힘줄 염증 진단을 받았는데, 증상이 나빠져 정밀검사를 했더니 악성골종양 판정이 나온 겁니다. 

발뒤꿈치뼈암은 보기 드문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고악성일 경우 전이를 막기 위해 기존 치료법대로라면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박 씨 진료를 맡은 국립암센터의 강현귀 교수는 안타까웠습니다. 23살 젊은 청년의 발목을 절단하지 않기 위해 온갖 치료 방법을 연구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박 씨의 상태는 고악성이 아닌 중간 정도의 악성으로 다른 부위로 전이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강 교수는 문헌을 뒤진 끝에 호주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발뒤꿈치뼈를 재건했다는 연구논문을 발견하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도유망한 청년의 발목을 절단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로 뼈를 재건하는 전문 업체에 보형물 제작을 맡겼습니다. 단순히 뼈와 모양이 같은 보형물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아닌 인대와 근육 조직이 잘 붙을 수 있도록 재질과 무게, 모양 등을 꼼꼼히 주문했습니다. 발뒤꿈치뼈의 경우 몸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한 재질이 필요했습니다.

일주일여 만에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보형물이 나왔고 최종 테스트를 거쳐 오는 14일 박 씨에게 이식될 예정입니다. 강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은 희귀 난치성 뼈암 환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다”며, “수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 진화하는 3D 프린팅 기술…복잡한 인체 뼈 정밀 재건 가능

3D 프린팅 기술이 우리의 앞선 의료기술과 접목되면서 뼈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암 세포는 손발톱과 머리카락을 제외한 신체 모든 부위에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뼈에 발생하는 악성 암은 뼈를 녹아내리게 하는 독종 중의 독종입니다. 척주(신체의 몸통의 중축을 이루는 뼈와 연골 기둥)에 악성 암 세포가 자라는 골종양 환자는 해마다 5백 명 넘게 발생합니다. 

기존에는 척추에 골육종이 생기면 전체 척추를 다 들어내는 식의 수술을 했고, 뼈를 드러낸 자리에 환자의 다른 부위 뼈로 대체하거나 다른 사람의 뼈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치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벽한 재건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수술 후 부작용 등으로 환자가 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로 본뜬 보형물을 이용하면 환자의 기존 뼈 모양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수술도 용이하고 회복 속도도 빨랐습니다. 지난해 골반뼈에 암이 생긴 10대 여학생에 3D 프린팅으로 본뜬 보형물 이식 수술을 한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이 여학생은 수술 후 채 2주도 안 돼 걸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랐습니다.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연대 세브란스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는 “골반뼈 절제술을 하고 나면 기존의 뼈 이식수술로는 걸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되지만, 환자 맞춤형 3D 보형물을 이식해 2주 미만에서 환자가 걸었고 수술 직후에도 통증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얻기 힘든 결과라는 겁니다.
● 환자 살리는 3D 프린팅 보형물…수술하면 불법?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은 우리의 앞선 의료기술과 접목되면서 환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의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보형물을 환자에게 수술하려면 먼저 식약처의 의료기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식약처는 의료기나 보형물의 안전성, 유효성 여부를 평가해 허가를 내줍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또 한 차례 심사를 받습니다. 식약처로부터 의료기 사용 허가를 받았더라도 심평원에서 보험코드를 내주지 않으면 수술을 하더라도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현재 3D 프린팅 보형물의 경우 현재 두개골 성형에만 비급여가 적용돼 환자에게 비용 청구가 가능합니다. 두개골을 제외한 다른 뼈 보형물은 아무리 환자가 수술을 원한다고 해도, 돈을 얼마든지 지불한다 해도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면 불법 행위가 됩니다. 제도적인 맹점입니다. 

지금까지 두개골 보형물을 제외한 3D 프린팅 보형물 수술은 모두 보형물을 만드는 업체의 기증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연구용은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겁니다.  
복지부, 심평원 등 보건당국이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3D 프린팅 보형물의 인체 적응성과 안전성,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자칫 환자에게 부작용이라고 발생하면 큰 일 아닌가? 임상 근거 등 검증이 이뤄져야 보험코드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건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기를 사용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깐깐하게 심사평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희귀 난치성 뼈암 환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인체의 뼈가 성인의 경우 260개에 달하는데 발생 부위마다 안전성을 따지고 임상 근거가 있는지를 일일이 첨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박 씨의 사례에서 보듯 발뒤꿈치뼈암은 매우 드믄 난치성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임상 사례가 거의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제도적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대체 불가능한 재료에 한해 3D 프린팅 보형물을 先수술, 後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먼저 하고 임상 근거를 나중에 제출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해 지금껏 3D 프린팅 보형물의 경우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습니다. 

심평원에 건강보험 보험코드를 신청하면 150일 이내에 코드를 내줄지 말지를 결정하고 심평원에서 결정하기 힘든 신의료기술이라고 판단되면 또 다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 보내져 180일 이내에서 심사를 받게 됩니다. 1년 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수술을 할지 말지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희귀 난치성 뼈암 환자를 수술했던 의료진은 기자에게 안타까움을 많이 드러냈습니다. 행정적인 절차 면에서 세계적인 흐름과 부합해야 하고, 이런 절박한 환자를 생각했을 때 빠른 시일 안에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인체 뼈가 2백 개가 넘는데 각 뼈마다 보험코드를 달리 잡아야 한다면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했습니다.

3D 프린팅 의료기기 제작 업체 입장에서도 열심히 기술 개발해 환자를 위한 맞춤형 보형물을 제작해도 정작 비용 청구가 불가능한 구조여서 더 이상 무상으로 기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현재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보형물 이식 수술은 중국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수술 건수도 많습니다. 우리가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큽니다. 무엇보다 희귀 난치성 뼈암 환자와 사고로 뼈가 심각하게 손상된 외상 환자 치료를 위해서라도 우리 보건당국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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