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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한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지역…'힘내라 도시'

ABOUT: 자신이 발을 디딘 곳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 곳이 천국이다. 하지만, 누구나 천국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듯 많은 시민들은 내가 사는 ‘이 곳’에 대해 만족하지 못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곳은 어딜까.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된 지표로 이를 찾아볼 수는 없을까.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전국 각 시군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산정한 뒤, 표준화된 지표로 환산해 지역별 순위를 살펴봤다. 다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상, 노래가 다르듯 같은 장소라도 어떤 이들에겐 “그런대로 살기 좋다”고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하루 빨리 떠나고 싶다”고 느낄 수도 있다. 지표가 모든 것을 대변해준다고 할 수는 없고, 지표 순위가 높을수록 살기에 팍팍한 도시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가 높은 지역, 바꾸어 말하면 부정적 지표가 높은 지역을 ‘살기 힘든 곳’이라 이름 붙이기 보다는 ‘더 많은 관심’과 ‘힘을 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힘내라 지역’으로 명명했다.

● "살기 힘들어요"…'BAD' 지표 8개

<마부작침>은 ‘힘내라 지역’을 알아보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전국 228개 시군구에 대한 조사 지표 중 경제, 가정, 건강, 안전 등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준 8개를 선정했다. ‘1.재정의존도, 2. 이혼율, 3. 음주율, 4.흡연율, 5.비만율, 6.자살률, 7. 스트레스인지율, 8 교통사고 발생건수’다. 8개 기준은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공통적으로 조사된 지표다.

그래픽에서 설명했듯 지표 수치가 높을수록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고, 지자체 거주민 중 이혼 인구가 많고, 비만 지수가 높은 사람이 많으며,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를 종합하면 ‘힘내라 지수’가 높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부작침>은 척도가 다른 8개 지표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단위(점)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보다 신뢰성 있는 종합지수로 만들었고, 아래 그래픽에서 보듯 8개축으로 표현했다. 8개축이 형성한 도형의 넓이가 '종합 지수'가 되는데, 넓이가 클수록 ‘힘내라 지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힘내라 도시' 1위 인천 남구

우선 8개 지표별로 수치가 가장 높은 곳을 살펴봤다. 재정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신안군으로, 재정구조가 가장 취약한 도시로 분석됐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 동두천시, 음주율은 경남 창원시, 교통사고 발생율은 서울 종로구, 흡연율은 경기 포천시, 비만율은 강원 인제군, 자살률은 충남 청양군, 스트레스 인지율은 경기 광명시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전국 288개 시군구 중 ‘힘내라 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딜까. 
1위는 인천 남구였다. 2위는 경기 동두천시, 3위 강원 속초시, 4위 서울 중랑구, 5위 강원 고성군으로 나타났다. 1위로 분석된 인천 남구의 경우 스트레스 인지도가 인천 내에서 가장 높았고, 자살률도 인구 10만 명당 33명에 이르는 등 대부분의 수치가 상위권에 올랐다. 인천 남구의 상황은 SBS <마부작침>이 표준화 한 수치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국 시군도의 재정의존도 평균은 76.69점, 중간값(전국 시군구 순위 중 가운데 지자체의 값)은 80.97점이다. 인천 남구는 80.7점으로 평균보단 높았지만, 순위로는 중간에 해당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혼 지수는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이혼 지수의 평균값은 57.06점, 중간값은 56.9점이었다. 인천 남구는 이혼 지수가 81.5점으로 228개 지자체 중 6위로 나타났다. 이밖에 음주 지수, 흡연지수, 비만 지수 등도 전반적으로 수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 남구를 포함해 ‘힘내라 도시’ 상위 10%에 해당하는 20위 권엔 강원 7곳, 충북 3곳, 경기 5곳, 서울 2곳, 부산 1곳, 인천 1곳, 충남 1곳으로, 강원도 내 지자체가 상위권에 다수 포함됐다. '힘내라 도시' 상위 20권에 소속된 지자체 중 재정의존도가 평균보다 낮은 곳은 6곳에 그치는 등 절반 이상의 재정상태가 다른 지자체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곳은 4곳, 자살 지수가 평균보다 낮은 곳은 2곳에 불과해 '힘내라 도시' 상위권일수록 전반적으로 이혼 지수와 자살 지수도 높았다.

● '힘나는 도시' 1위 서울 서초구

반대로 ‘힘내라 도시’ 순위에서 가장 하위권에 있는 도시는 어딜까. 달리 표현하면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볼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마부작침>은 이를 ‘힘나는 지역’으로 이름 붙였다.
1위로 집계된 곳은 서울 서초구였다. 2위 경기 과천시, 3위 서울 강남구, 4위 전북 장수군, 5위 경기 용인시 순이었다. 1위에 선정된 서초구는 재정의존도 지수가 서울 강남, 중구 다음으로 낮았다. 재정 상태가 전국에서 3번째로 건강하다는 얘기이다. 즉, 세입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정의존도 지수 전국 평균(76.69점), 중간값(80.97점)과 비교해보면 서초구(28점)의 재정 상태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서초구의 경우 스트레스인지 지수, 교통사고 발생 지수, 음주 지수는 전국 평균과 비슷했지만, 그 외 이혼 지수, 흡연 지수, 자살 지수는 평균보다 낮게 집계됐다.

'힘나는 도시' 상위 10%에 해당하는 20위권엔 전북 지자체가 5곳, 경북 4곳, 서울 3곳, 경기 2곳, 대전 울산 대구 경남 전남 세종에서 각각 1곳이 포함됐다. 이 중 재정의존도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곳은 10곳이었다. 이혼 지수 평균(57점)보다 높은 곳은 1곳, 비만 지수가 평균(66점)보다 높은 곳 1곳에 불과했다. 자살 지수가 평균(50점)보다 높은 곳 4곳이었다. '힘나는 도시' 상위 20권에 속하는 도시일수록 다른 지자체에 비해 이혼 지수와 비만 지수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힘내라 지수' 권역별 1위 강원~17위 세종

228개 시군구에 이어 <마부작침>은 서울, 경남, 전남, 세종 등 전국 17개 시도 기준으로 '힘내라 지수'가 가장 높은 권역을 분석했다. 재정의존도부터 스트레스인지도까지 표준화된 8개 지표의 총합인 ‘힘내라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강원'이었다. 2위 제주, 3위 충북, 4위 인천, 5위 충남 순이다.
강원의 경우 재정의존도 지수는 86점으로 전국 4위에 오르는 등 재정상태가 열악했다. 재정의존도 지수가 가장 높은 전남(89점)과는 3점 차이에 불과했다. 비만 지수는 82점으로 전국 1위였고, 이혼 지수(6위), 흡연 지수(3위), 자살 지수(2위)도 각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2위 제주의 경우 재정의존도 지수가 전국 15위로 재정 상태는 양호했지만, 이혼 지수가 인천에 이어 2위, 음주 지수 전국 1위, 흡연 지수 전국 2위. 비만 지수 전국 2위였다.

반면, 17개 시도 중 '힘내라 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특별자치시'였다. 바꿔 말하면 비교적 살기 좋은 곳으로 '힘이 나는 광역 지역‘ 1위였다.  세종시는 앞서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힘나는 지역' 10위로 선정되는 등 높은 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세종시는 16개 시군구에서 재정의존도 지수, 이혼 지수, 자살 지수가 가장 낮게 분석되는 등 재정상태가 양호했고, 가정적 측면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 '풍족한 도시, 행복한 가정, 건강한 신체'

‘힘내라 지수’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 228개 시군구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마부작침>은 요인분석을 했다. 요인분석은 변수들 사이에 상관 관계를 분석해 연관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즉, 8개 지표 사이 관련성을 통해 '힘내라 도시' 순위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재정의존도 지수-자살 지수, 이혼 지수-흡연 지수, 흡연 지수-비만 지수는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종합지표인 '힘내라 지수'는 '경제 상황', 가정 환경, 건강' 등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 중 재정의존도 지수와 자살 지수 즉,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힘내라 도시' 상위권에 오르는 특성이 나타났고, 여기에 더해 '가정 환경'과 '건강' 지수가 나쁘면 나쁠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 '아파트 거래가'와 연관성 높은 서울 경기

서울과 경기에선 또 다른 특이점이 나타났다. '힘나는 지역' 상위권일수록 아파트실거래가(2015년 기준 국토교통부 조사 1㎡당 거래가)가 높았다. 대표적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힘나는 지역' 1위인 서초구는 서울에서 아파트 실거래가(863만원)가 2번째로 높았다. 서울 25개구(區) 중 ‘힘나는 지역’ 2위인 강남구는 아파트 실거래가(966만원)가 1위, 3위인 송파구는 아파트실거래가(707만 원)가 세 번째로 높았다.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사는 지역일수록 자살율, 비만율, 이혼율, 스트레스인지도 등 8개 지표의 종합값인 '힘내라 지수'가 낮게 나온 것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소속 31개 시(市) 중 ‘힘내라 지수’ 1위 연천군, 2위 포천시, 3위 안성시, 4위 양주시, 5위 동두천시는 경기도 지역에서 아파트실거래가는 하위권이었고, 반대로 '힘내라 지수'가 낮은 지역은 아파트 실거래가가 높게 나타됐다.

변수 사이의 관계, 즉 하나의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상관분석을 통해 '아파트거래가'와 '힘내라 지수' 사이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상관계수가 음수이면 ‘음의 상관관계’, 양수이면 ‘양의 상관관계’를 뜻한다. 즉, 음의 상관관계는 하나의 지표가 높아지면, 다른 하나의 지표는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양의 상관관계’는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경기도 상관계수가 -0.67, 서울은 -0.7로 두 지역은 다른 권역과 달리 유독 '힘내라 지수’가 높을수록 아파트 거래가'가 낮아지는 강한 경향성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8개 지표를 근거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삶의 질을 따져봤다. 종합 지수, 즉 '힘내라 지수'가 높을수록 삶이 팍팍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를 기준으로 살펴본 전국 지자체에 대한 평가다. 통계 수치가 좋지 않더라도 거주민은 삶에 얼마든지 만족하고 행복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 수치와 유리된 주관적 평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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