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력을 비축하라”
금감원장은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간담회 형식으로 만났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체력 비축을 해달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메시지입니다.
이런 당부는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을 닫는 기업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망한 기업들의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무리하게 세금으로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세금으로 지원을 하더라도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장이 특히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경기 민감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위험 요인’을 잘 살펴달라"고 말한 것도 ‘구조조정 정국’에 은행장들을 만난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 구조조정에 세금 퍼부어도 ‘10곳 중 3곳만 성공’
‘정부의 걱정’대로 구조조정이 언제나 성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세금만 낭비한 채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정부가 은행들에게 단단히 준비를 시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금융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50%를 넘었던 구조조정 성공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낮아졌습니다. 2008년 이전에는 52.1%를 기록했는데, 2008년 이후에는 32.4%까지 떨어진 겁니다. 한마디로 우리 세금으로 지원한 기업 10곳 가운데 3곳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 7곳은 실패한다는 얘기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자구안을 제출받았는데, 자구안엔 인력 3천여명을 줄이고 돈 되는 건 다 팔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은행 회장도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 자구안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산업은행측은 “그래도 삼성인데 큰 소리 칠 수 있겠느냐”라며 의미 부여를 경계했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단호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조선업의 경우 이번달 안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자구 계획을 제출받아 다음 달까지 구조조정 규모와 방향을 정할 방침입니다. 해운업은 용선료 협상,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등을 감안해 늦어도 7월 말까지 구조조정 윤곽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다만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시한은 5월 중순이 시한이라, 이번주가 아주 숨가쁜 한 주가 될 전망입니다. 정부의 결정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