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엘니뇨 가고 여름 후반부터는 라니냐 온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6.05.13 18:04 수정 2016.05.14 13: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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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에서는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1주일 이상 이어진 대형 산불에 8만 8천여 명의 주민이 집을 버리고 대피했다. 캐나다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 지구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겨울철 눈이 일찍 녹아내리면서 더욱 건조해지고 일찍 메말라버린 잡풀은 불쏘시개로 변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해(2015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20세기(1901∼2000년) 평균치보다 0.9℃ 높았고, 미 항공우주국(NASA) 분석에서도 지난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951∼1980년 평균보다 0.87℃ 높았다.

고온 현상은 올해도 계속돼 지난 1월과 2월의 기온도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의 전 지구 평균 기온 역시 13.92℃로 20세기 전체의 3월 평균 기온 12.7℃보다 1.22℃ 높아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13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와 함께 강하게 발달한 엘니뇨의 영향이 크다.

엘니뇨는 열대태평양 감시구역(N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기준(+0.4℃) 이상으로 뜨거워지는 것을 말하는데 지난해 11월에는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최고 3.1℃나 높은 슈퍼 엘니뇨로 발달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평년보다 2.9℃나 높았고 1월에도 평년보다 2.6℃나 높은 슈퍼 엘니뇨의 세력을 유지했다. 역대 최강의 슈퍼 엘니뇨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지난 겨울 우리나라는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지난 겨울 전국 평균 기온은 평년(0.6℃)보다 0.8℃나 높은 1.4℃를 기록했다.슈퍼 엘니뇨는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을 몰고 왔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기록적인 가뭄이 닥치면서 쌀과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브라질과 칠레, 베네수엘라 등에는 가뭄 피해가 속출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도시가 잠기는 등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전 세계에 기상이변을 몰고 왔던 슈퍼 엘니뇨는 급격하게 약해져 현재(5.1~7일) 감시 구역인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9℃ 높은 상태다.

엘니뇨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약해져 여름철 전반에는 중립 상태가 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소멸하는 것이다. 문제는 떨어지고 있는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중립 상태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평년보다 더 차가워지면서 이른바 엘니뇨와 정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니뇨가 발생한 뒤에는 라니냐가 뒤따를 가능성이 큰데 1950년 이후 발생한 총 20차례의 엘니뇨 가운데 10차례는 엘니뇨에 이어 라니냐가 발생했다. 특히 강한 엘니뇨 뒤에는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오늘(5월 13일) 여름 전반에는 이번 엘니뇨가 소멸한 뒤 여름 후반부터는 라니냐가 발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라니냐가 강하게 발달할 경우 다가올 겨울철을 전후해 전 세계적으로 또 한 차례 기상이변이 휩쓸고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라니냐가 발생한다는 것은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식으면서 그 지역을 덮고 있는 공기까지 차가워지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비 오는 지역과 강수량에 변화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라니냐가 발생하면 겨울철 한반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 현상으로 겨울철 한반도 지역에 이상 고온이 나타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추위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태평양과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미국 남부에는 고온건조한 날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캐나다 서부와 페루에는 저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지구촌이 또 한 차례 기상이변으로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과 같은 이치로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만큼 강한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 엘니뇨에 고통받은 지역들이 라니냐 기후 재앙으로 또다시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커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