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진두지휘해온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양호 위원장이 최근 그룹 사정 악화로 사퇴를 결심했다. 기업 업무와 평창올림픽 업무 두 가지를 동시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상 어쩔 수 없이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평창 조직위로서는 정말 안타깝고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양호 평창 조직위원장이 전격 사퇴를 결심한 가장 큰 배경은 역시 한진해운 사태입니다. 최근 해운업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은 독자적인 자구노력을 해도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채권단 자율 협약을 신청했습니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채권단이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한마디로 그룹의 운명을 채권단에 맡긴 셈입니다.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위원장은 한진해운의 실질적 최대 주주입니다. 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국가적 대사인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까지 병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게 조직위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2014년 7월말 부임한 조양호 위원장은 엄청난 열정과 풍부한 인맥을 바탕으로 스폰서 유치를 비롯한 각종 업무에서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그만두게 돼 빛이 바래게 됐습니다. 조양호 조직위원장의 전격 사퇴로 평창 조직위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앞으로 1년 9개월 밖에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 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조양호 위원장의 사퇴는 본인 1명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부임할 때 한진그룹 주요 간부 등 20여 명의 직원이 평창 조직위에 파견됐습니다. 조양호 위원장이 물러나면 자연히 한진그룹 인사들도 원위치로 복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마스코트 선정 작업 등에서 손을 떼야 하기 때문에 조직 안정성 훼손과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집니다.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벌써 2명의 인사가 평창 조직위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초대 조직위원장인 김진선 씨는 2014년 7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2년도 안 돼 이번에는 조양호 위원장이 또 중도하차하게 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국제스포츠계가 평창 조직위를 고운 눈으로 볼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조양호 위원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 마당에 이제 남은 과제는 지구촌 축제를 완벽하게 연출할 새 위원장을 하루빨리 선출하는 것입니다. 개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 주요 기관은 물론 국제 스포츠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물급 인사 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후임 조직위원장은 원칙적으로 평창 조직위 위원총회에서 선출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됩니다. 평창 조직위는 조양호 위원장 사퇴라는 큰 악재를 조속히 수습하고 성공적인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