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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간이 만드는 지구온난화, '인류세' 출현

[취재파일] 인간이 만드는 지구온난화, '인류세' 출현
"2100년까지 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묶어라. 지구온난화로 지난 133(1880~2012)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다."

2℃는 인류의 기후변화 억제 목표다. 지난해 12월 파리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195개국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런데 왜 인류는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려 하는 것일까? 또 지난 133년 동안 고작(?) 0.85℃ 상승했는데,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걱정을 하는 것일까?

요즘 아침 기온은 10℃ 안팎에서 출발하지만, 낮 기온은 20℃를 넘어선다. 하루에도 기온이 10℃ 이상 널뛰기를 한다. 특히 내륙 산간지역은 하루에도 기온이 20℃ 정도나 출렁인다. 이렇게 하루에도 10℃~20℃나 기온이 출렁이는 데 2℃, 0.85℃가 그렇게도 대단한 변화일까?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14.5℃다. 지금보다 2℃가 더 상승할 경우 지구의 평균기온은 16.5℃가 된다. 과거에 지구의 기후는 어떠했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기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16.5℃를 넘어선 적이 없다(Hansen and Sato, 2012). 기온이 오르락 내리락하기는 했지만 기원전 258만 년 전에 시작된 신생대 4기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부터 현재까지 지구 평균기온(Global Surface Temperature)이 16.5℃를 넘어선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기원전 약 3만~5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한 점을 고려하면 인류는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2℃ 이상 높은 16.5℃를 넘어설 때 살아본 적이 없다. 지구 평균기온 16.5℃가 어떤 기후 환경인지, 기온이 이렇게 올라가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지 현생 인류는 경험을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약 20만 년 전쯤 지구상에 출현했고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고려하더라도 인류는 현재보다 2℃ 이상 온난화가 진행된 환경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다. 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올라간다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적이 없는 새로운 기후,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려 생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미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평균기온이 2℃ 이상 올라간 새로운 세상은 기록적인 폭염이나 가뭄, 한파, 슈퍼 태풍 같은 기상이변뿐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앙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인류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묶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할 경우(RCP2.6) 21세기 말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0.3~1.7℃ 상승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시나리오는 이미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IPCC는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행될 경우(RCP6.0) 21세기 말 지구 기온은 1.4~3.1℃도 상승하고,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8.5)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보다 2.6~4.8℃나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현재 14.5℃인 지구 평균기온이 21세기 말에는 20℃ 가까이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20℃ 가까이 올라가는 세상, 당연히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나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도 살아본 적이 없다.

NASA는 지금부터 5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5℃ 이상 높았던 시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인원과 인류의 중간 형태로 500만 년 전에서 100만 년 전까지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도 경험해 본적인 없는 기후환경이다.

인류가 현재보다 5℃ 정도 낮은 세상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마지막 빙하기가 바로 그때다. 신생대 제4기에는 4번의 빙기(氷期)가 있었는데 지금부터 약 11만 년 전에 시작돼 1만 2천 년(또는 1만 년) 전에 끝난 뷔름 빙기다.

뷔름 빙기는 1만 8천 년 전부터 6천~8천 년 동안 진행된 온난화로 극지방뿐 아니라 중위도 지방까지 덮고 있던 빙하가 쇠퇴하면서 끝이 났는데, NASA 연구팀은 이 기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5℃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IPCC는 같은 기간에 적게는 3℃에서 크게는 8℃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Masson-Delmotte et al., 2013). 결국 지구 평균기온이 5℃ 정도 변한다는 것은 빙하기와 현재 기후에 차이가 나는 것처럼 기후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인류가 만들어가고 있는 지구온난화 속도는 지구 역사상 그 어느 때 나타난 온난화 못지않게 빠르다. 뷔름 빙기 끝 무렵인 마지막 빙하 최대기(LGM, Last Glacial maximum)에서 빙하가 녹아내려 현재의 지구 모습을 갖출 때까지 걸린 시간이 6,000~8,000년, 이 기간 동안 상승한 지구 평균기온이 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당시 온난화 속도는 100년에 0.06℃~0.08℃씩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에 최근 133년 동안에 지구 평균기온은 0.85℃나 상승했다. 현재 인류가 만들어가고 있는 온난화 속도가 마지막 빙하 최대기의 빙하가 녹아내릴 때보다 10배 정도나 빠른 것이다.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현재 인류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지질학적으로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자는 주장이다(Crutzen and  Stoermer, 2000). 지질시대는 보통 지질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큰 변동이나 특정 생물의 멸종을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현재는 인류가 지구시스템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고 그 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기존의 지질시대와 달리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연 스스로 온난화를 부르고 빙하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자연이 아닌 인간이 그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과거 온난화 때보다 10배 정도나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있는 인류가 전혀 경험해 본적이 없는 새로운 기후 환경, 인간 활동이 새로운 지질시대를 재촉하는 '인류세'가 정작 인류가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2℃라는 기후변화 억제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참고문헌>

* James E. Hansen and Makiko Sato, 2012: Paleoclimate Implications for Human-Made Climate Change, Climate Change, pp21-47

* Masson-Delmotte et al., 2013: Information from Paleoclimate Archives. In: Climate Change 2013: The Physical Science Basis.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 to the Fif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nited Kingdom and New York, NY, USA

* Paul J. Crutzen and Eugene F. Stoermer, 2000: The 'Anthropocene'. IGBP Newsletter 41:12   


(사진=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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