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군 KT-1 엔진 화재…구매국에 철저 함구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6.04.02 11:57 수정 2016.04.03 20:59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공군 KT-1 엔진 화재…구매국에 철저 함구
지난달 9일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국산 기본훈련기 KT-1이 순천만 상공을 비행하던 중 엔진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조종사가 능숙하게 무동력 활강해서 사천 비행장에 비상착륙시켰으니 망정이지 인명 피해가 날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사고기 엔진은 내부가 녹아내릴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엔진에 어떤 이상이 있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결함이 해소될 때까지는 같은 기종의 비행을 완전히 중지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공군은 ‘일부’ KT-1에만 비행 중지 조치를 했습니다. 터키, 인도네시아, 페루 등 KT-1을 수십 대씩 수입해 운용하고 있는 나라에는 지금까지도 ‘엔진 화재 후 비상착륙’ 사고를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 안에서는 100대 넘는 KT-1 계열의 비행 중지 사실을 언론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숨겼습니다.● 터키, 인도네시아, 페루는 ‘KT-1 사고’를 모른다

대형무기 수출-수입국 간에는 통상적으로 기술 협력체를 구성합니다. 무기가 고장 나거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때 정보를 교환하고 적시에 조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공군도 KT-1을 수입한 터키(40대), 인도네시아(22대), 페루(20대)와 그런 그룹을 조직했습니다.

그뿐입니다. 비행 중 엔진에 고열과 불이 나서 쇳덩이가 녹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군은 KT-1 수입 3개국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공군과 제조사인 KAI 측은 여러 가지 해명을 하고는 있는데 구차합니다. “오래된 기종이지 않은가?” “정비 문제일 수도 있었다.” 등등

터키, 인도네시아, 페루가 구매한 KT-1도 우리 공군과 같은 원인으로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사고 사실을 통보했어야 했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우리 공군이 외국 항공기를 샀고, 판매국에서 해당 항공기 사고가 났는데도 알려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 ‘107대 비행 중지’도 숨겼다…국내 비행 중지는 제대로 됐을까

공군은 KT-1을 85대, 그리고 KT-1의 형제(兄弟)기인 전술통제기 KA-1을 22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사고가 난 지난 달 9일부터 사고 원인(스타터 제너레이터 이상)이 밝혀진 24일까지 보름 동안 KT-1과 KA-1 107대 모두에 대해 비행 중지 조치를 내렸다”고 지난달 30일에야 뒤늦게 밝혔습니다. 공군은 이 역시 영원히 숨길 심산이었습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마지못해 사고와 후속 조치 내용을 조금씩 공개했습니다. 주력 전투기는 아니지만, 소형 공격기 22대를 포함한 107대가 한동안 날개를 접은, 적지 않은 일인데도 공군은 국방부 장관에게조차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공군이 이렇게 KT-1 사고를 꽁꽁 묻으려고만 하다 보니 흉흉한 설(說)들이 나돕니다. “참모총장에게도 즉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 “KA-1에 대해서는 닷새 정도 지나서야 비행 중지 조치를 했다.” 폐쇄적인 군이 폐쇄적으로 일을 처리한 탓에 생긴 말들입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