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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린다김 갑질 논란…"뺨 때리고 무릎꿇려"

로비스트 린다김 갑질 논란…"뺨 때리고 무릎꿇려"
"어이. 권 장관. 양아치 짓 하면 안 돼. 이번 무기는 말이야…"

호텔 방에 들어서자 화가 난 듯한 목소리의 통화음이 들렸습니다.

면세점에 화장품 납품을 하는 정모(32)씨는 통화 내용을 듣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얼마 전 외국인 전용 호텔 카지노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이정희 (가명·58·여)를 통해 이 중년 여성을 소개받았습니다.

"아는 언니가 있는데 유명한 사람이야. 돈을 급하게 써야 한다네. 이틀만 5천만원을 빌려주면 이자로 500만원을 주겠대" 지난해 12월 15일,호텔 방에서 전화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돌린 중년 여성은 '무기 로비스트'린다 김(본명 김귀옥·63)이었습니다.

린다 김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중반 군 무기 도입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여성 로비스트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1995∼1997년 군 관계자들로부터 공대지유도탄, 항공전자 장비 구매사업 등 2급 군사비밀을 불법으로 빼내고 백두사업(군 통신감청 정찰기 도입사업)과 관련해 군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00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린다 김의 통화 내용을 듣고 위압감을 느낀 정씨는 "돈을 빌려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호텔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곧 이정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강원도 춘천의 땅 계약서를 보여주며 자신이 직접 보증을 서겠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에는 평생 보지 못한 12억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다시 이정희를 따라 호텔방에 들어서자 린다 김은 벼락같이 화를 냈습니다.

"내가 누군지 몰라. 이 시계가 1억8천만원짜리야. 반지는 15캐럿이고. 미국에서 그랜드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 너 이런 식이면 한국에 못 산다. 좋게좋게 돈 주고 가. 정희야 문 닫아." 린다 김은 노트 한 장을 찢어 차용증을 썼고 돈은 이틀 뒤인 같은 달 17일 오후 1시까지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정씨는 차용증을 들고 호텔방을 빠져나왔지만,돈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호텔 로비 소파에 앉아 다음 날 새벽까지 7시간 동안 불안에 떨었습니다.

16일 자정쯤 린다 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카지노에서 1억5천만원을 날렸다면서 5천만원만 더 밀어주면 10억원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정씨는 "더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17일 오후 1시.

돈을 돌려받기로 한 시각이 돼 정씨는 영종도 호텔 방에 찾아갔습니다.

빌려간 5천만원을 달라는 정씨의 말에 린다 김은 "못 주겠다"며 정씨를 한 차례 밀치고선 뺨을 휘갈겼다고 정씨는 전했습니다.

호텔 방에서 뛰쳐나온 정씨는 곧장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공항지구대 경찰관은 사실 확인을 위해 호텔 방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린다 김 대신 로비로 내려온 이정희는 정씨에게 귀엣말로 돈을 받으려면 경찰관을 보내라고 말해 정씨는 경찰관들을 돌려보냈습니다.

호텔 방에 다시 올라가자 린다 김은 5천만원을 더 빌려주지 않고 자신을 갖고 놀았다며 적반하장이었습니다.

"싸가지(싹수) 없는 놈. 무릎 꿇고 빌면 돈 돌려줄게. 꿇어" 돈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정씨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호텔 방에서 무릎을 꿇고 사정했습니다.

그러나 5천만원과 이자를 대신 줄 거라며 린다 김이 연락처를 알려준 '마포 조박사' 등 지인 2명은 2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정씨를 사채업자로 몰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린다 김은 정씨의 문자 메시지와 휴대전화를 수차례 피했습니다.

정씨는 최근 린다 김의 욕설 등이 담긴 음성 녹취록과 전치 3주 진단서 등을 토대로 인천지검에 사기 및 폭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린다 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린다 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5천만원을 빌리기로 하면서 500만원 선이자를 먼저 떼고 4천500만원을 받았다"며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중간에 감정이 나빠져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호텔방에서 통화는 권 장관이 아니라 권 장군과 한 것"이라며 "호텔방에서 어깨를 한 차례 때린 적은 있지만 무릎을 꿇린 사실은 없고, 정씨에 대해 법적 대응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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