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반상회 같은 대통령 선거…'동전 던지기'도 가능하다니

김우식 기자 kwsik@sbs.co.kr

작성 2016.02.05 10:07 수정 2016.02.06 00: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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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미국에서 지켜본 상.하원과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 백악관 주인을 뽑는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 현장에서 지켜본 미국 대선은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을 현장 취재해봤지만, 미국 대선 현장에서 만난 미국 사람들과 그들의 투표방식을 보면서 이건 투표장이라기보다 동네 반상회에 온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취재하러 찾아간 곳은 아이오와 디모인에 위치한 페터슨 초등학교였습니다. 1천600여 기초선거구의 투표는 학교와 도서관, 심지어 가정집에서도 진행됐습니다. 저녁 7시부터 투표가 시작되는데 1시간 전부터 주민들이 속속 학교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공화당 당원들은 식당으로, 민주당 당원들은 체육관으로 가라는 손으로 크게 쓴 표지판이 보이고, 주민들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사인을 한 뒤 자신이 투표할 곳으로 향합니다. 아이오와 디모인 페터슨 초등학교 코커스 현장공화당의 투표절차가 우리 선거제도와 달랐지만 그래도 민주당보다는 덜 낯설었습니다. 일단 유권자들이 다 모이면 도서관 문을 닫은 뒤 투개표를 진행하는 공화당원의 지시에 따라 코커스가 진행됩니다.

실제 높은 투표율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당초 7시를 10여분 넘겨 시작됐습니다. 12명의 후보를 한 명씩 언급하며 지지연설을 할 사람이 있는 지 묻고 연설을 할 사람이 있으면 자유롭게 앞에 나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투표를 호소합니다.

자신이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연설을 경청하고 박수도 치고 농담도 하는데 마치 학급반장 선거나 반상회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이런 절차가 끝나면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유권자들은 별도의 기표소 없이 투표장 안 어는 곳이든 편하게 지지 후보 이름을 쓴 뒤 제출합니다.아이오와 공화당 코커스 모습(지지후보 연설)같은 시간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등록을 마친  유권자들은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마틴 오말리 후보별로 나눠 모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유권자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체육관 공간이 부족해 유권자들은 깜깜한 저녁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코커스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마틴 오말리 후보 지지자들이 15%는 넘어야 유효한데 몇 명 안 되는 바람에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후보쪽으로 다시 헤쳐 모여야 했습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어두운 바깥에서 코커스가 진행되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그냥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엉성하게 투표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텐데, 어쨌든 큰 동요없이 유권자들은 이 방식에 따라 코커스를 마무리 했습니다.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 모습천 명이 넘는 유권자 가운데 누구도 상대 후보 지지자를 비난하지 않았고, 어른들이 투표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부모와 함께 투표장에 앉아 진행상황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항상 해오던 대로 편안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저로선 지지후보를 투표용지에 적어낸 공화당은 괜찮겠지만, 민주당처럼 진행하는 방식은 이번처럼 박빙의 초접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뭔가 너무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최종 개표결과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지지율 차이는 0.2%P로 발표됐습니다. 1천600여 기초선거구에서 클린턴은 701명, 샌더스는 697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어도 6차례나 동전던지기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코커스 현장에서 등록했던 유권자 60명이 투표도중 사라지고, 6개 기초선거구는 결과가 거의 비슷해 대의원 1명을 누구에게 보낼 지 몰라 동전던지기를 했습니다. 당내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클린턴 후보가 6곳 모두에서 이기면서 부정의혹까지 제기된 것입니다. 6곳에서 3대 3만 기록했어도 샌더스가 이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아이오와주 전체의 민주당 대의원은 42명으로 최종적으로 클린턴과 샌더스가 거의 비슷하게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이 결과를 토대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샌더스 후보가 투표 결과가 무승부라고 선언한데 이어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합니다.전통을 계승하고 축제분위기 속에 선거를 치르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초접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허술한 투표와 개표과정은 박빙의 득표율 차이로 패한 쪽에서 승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주별로 선거방식이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로 나눠지고, 주별로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분하거나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방식을 적용하는 미국의 선거제도는 표의 등가성에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더 적은 지지율로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될 것입니다. 선거는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