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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日 대응 '합의 위반'일까…'역습' 예상 못했나

[취재파일] 日 대응 '합의 위반'일까…'역습' 예상 못했나

김아영 기자 nina@sbs.co.kr

작성 2016.02.01 17: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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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日 대응 합의 위반일까…역습 예상 못했나
일본이 오는 15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일본 군부나 정부가 위안부 여성을 강제 연행(forceful taking away)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대목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이어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 이런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일본의 이런 행동, 태도는 합의 위반에 해당할까요? 정부의 판단에 대해 설명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이 자체를 합의 위반으로 단정 짓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의 의미가 곳곳에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만,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한일 정부간 타결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가 강제 연행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갖고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 위반’이라고 반박하기 어렵다고 본 걸로 전해졌습니다.

어제(31일) 외교부가 내놓은 입장은 “합의 취지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을 삼가라”는 것이었습니다. ‘훼손하는 언행’이 아니라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의 관점이 반영된 표현인 셈입니다.

다만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존엄을 회복하자는 합의의 취지, 정신을 생각하면 일본의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이 전 보다는 다소 대응 수위를 높여 정례브리핑이나 익명 대처가 아닌, 외교부 대변인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발언하게 된 겁니다.

정부는 지난 합의에서 ‘창조적 모호성’ ‘창조적 대안’이라는 표현을 앞세웠습니다. 한일 양측이 각각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방식의 접근이었습니다.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합의문 일부입니다. ‘군의 관여 하에’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창조적 모호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군의 관여 하에’라고는 했지만 강제 연행한 문서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이 기록에 집착해 ‘협의의 강제성’을 주장하는 것은 ‘물타기’라면서, 일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일본 논리에 말려드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스럽습니다. 이 본질을 흐리는 방식의 대응이 더욱 본격화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외교부 대응에 ‘물대응’ 논란이 나온 것은 일본의 이런 여론전이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합의 후속 조치는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외교부 당국자는 위안부 피해자 46명 가운데, 40명을 모두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신분 노출을 우려해 면담을 거부한 6명을 제외하고는 입장을 모두 들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대협과 나눔의 집에 머물며, 재단 참여에 반대하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설득작업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습니다. 재단 설립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해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2월 28일 타결을 선언한 것은 현실이 됐는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종결되기까지는 앞으로 과제가 많잖아요. 국내도 그렇고, 일본 내에서도 그렇고, 한일 관계에서도 그렇고. 합의의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국내 여론도 달래고 입장을 취해야 하니까 굉장히 어려움이 많은 것이죠.”

정리를 하자면, 합의 이행을 위한 국내 작업도 속도가 나지 않고, 밖에서는 일본의 여론전이 계속되는 양상입니다. 진퇴양난, 자승자박, 창조적 대안이 우리 발목을 잡진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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