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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UN 인권특보 "한국 집회·결사의 자유, 뒷걸음"

[취재파일] UN 인권특보 "한국 집회·결사의 자유, 뒷걸음"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6.01.31 12:17 수정 2016.01.31 16: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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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나 키아이 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 보고관'이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습니다. 20일 방한해 한국의 집회 관련 실태를 조사한 뒤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자회견은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는데, 핵심 내용은 "집회·결사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준법·합법 집회 아닌 '평화집회' 보장돼야"

UN 인권이사회 특보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UN 인권특보는 세계 각국을 돌며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권 실현을 관찰·보고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독립적 전문가입니다. 키아이 특보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진보·보수 시민단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각종 시위 참여자들, 경찰과 법무부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키아이 특보가 가장 먼저 문제를 삼은 건 우리 경찰의 집회 관리 방식이었습니다. 경찰은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곧바로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키아이 특보는 "일부 폭력적인 참가자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 자체를 폭력으로 매도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집회를 해산시키거나 주최자를 처벌하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거나 차벽을 설치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내놓았습니다. 특히 물대포에 맞아 70일 넘게 사경을 헤메고 있는 백남기씨 사례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물대포는 매우 위험한 무기이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긴장만 고조시킬 뿐"이라는 겁니다. 차벽 역시 시위대의 목소리를 차단해 폭력성을 자극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험이 적은 의경들이 시위 현장에 배치되다보니 미숙한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물론 폭력 시위 자체를 옹호한 건 아닙니다. 폭력 시위자에게 책임을 묻되, 집회·결사의 자유는 보존되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입니다. ●세월호, 전교조 문제에도 '직격탄'

세월호 참사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별도의 주제를 할애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한번 보시죠.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서 발생한 비극적 참사 중 하나다. 저는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했고, 어린 희생자에 대한 추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집회는 당국이 유가족의 우려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느낌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다. 참사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거나 독립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어느 편이 옳다고 판단하지 않겠다.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 및 그들의 대표자들과 열린 대화 채널을 유지할 의무를 지고 있다."


전교조의 법외 노조 판결에 대해선 좀 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교조 불법화는 국제 인권법 기준에 미달하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해고자 9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노조 자체를 불법화 한 것은 세계 첫번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만 노조 해산이 가능하다는 국제법적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습니다.

노조의 파업권이 제한되고 정부 역시 노동자들의 결사 능력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경찰 "한국적 특수성"…진보·보수단체 엇갈려

비판의 대상이 된 경찰은 "한국적 특수성으로 인해 키아이 특보와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며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내놨습니다.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들은 엇갈린 목소리를 냈습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9개 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키아이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환영했습니다. 또 "UN인권이사회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개선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키아이 비난에 나섰습니다. "UN특보가 개인적인 정치 편향으로 조사를 왜곡한 점을 규탄한다"고까지 했습니다. 국격이 폄훼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습니다.

키아이 특보의 방한 최종 보고서는 오는 6월 UN 인권이사회에 제출됩니다. 특히 최종 보고서엔 공영방송 노조와의 면담 결과도 함께 담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 만큼, 최종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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