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후끈 달아오른 지구…온난화와 슈퍼 엘니뇨의 합작품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5.12.21 13:55 수정 2015.12.21 14: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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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전 세계 육지와 해수면의 평균 온도는 지난 20세기 평균보다 0.97℃ 높았다(자료:미국립해양대기청,NOAA). 1880년부터 2015년까지 136년 동안의 기상관측사상 가장 뜨거운 11월 이었다.

지구의 월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현상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12월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2015년은 136년 기상관측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올해 지구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와 슈퍼 엘니뇨의 합작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슈퍼 엘니뇨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역대 지구기온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지난 11월 전 지구 해수면 온도의 경우 20세기 평균보다 0.84℃나 높아 관측사상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북반구 해수면 온도는 1.05℃나 높아 역시 기상관측사상 가장 높았다. 엘니뇨 감시구역인 적도태평양(5°S~5°N, 170°W ~120°W)의 최근(11월 22~28일) 해수면 온도는 29.6℃로 평년보다 3.1℃나 높은 상태다(자료:기상청).

해수면 온도가 크게 상승한 해역은 단지 엘니뇨가 발생한 태평양뿐만이 아니다. 인도양까지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엘니뇨가 발생해 태평양이 뜨거워지는 해에는 인도양까지도 뜨거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다(위 그림 참조). 특히 면적을 봐도 수온이 많이 올라간 해양이 육지보다 훨씬 더 넓다. 올해는 해양의 온도 상승이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육지는 해양에 비해 면적도 좁지만 온도 상승 순위 또한 해양만 못하다. 지난 11월 북반구 육지의 기온 상승 순위는 역대 7위, 남반구 육지의 기온 상승 순위도 역대 2위에 오른 정도다(아래 표 참고).
 
< 전 지구 11월 평균기온과 20세기 평균 기온과의 편차(℃), 자료 : NOAA >
 
  육지(역대 순위) 해양(역대 순위) 육지+해양(역대 순위)
전 지구 +1.31(5위) +0.84(1위) +0.97(1위)
북반구 +1.37(7위) +1.05(1위) +1.17(1위)
남반구 +1.15(2위) +0.69(1위) +0.76(1위)

육지와 해양 모두 온도가 올라가고 있지만 육지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과 해양의 수온이 올라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기는 온도가 급격하게 바뀔 수 있지만 바다는 수온이 아주 천천히 변한다. 바다는 일종의 열 저장고라고 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지구가 갑자기 뜨거워져도 바다가 열을 흡수해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는 것을 막아준다. 물론 지구가 갑자기 차가워질 때는 해양에서 열을 뿜어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해양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거대한 저장장치인 것이다.

문제는 해양의 온도가 올라갈 경우 해양 깊숙한 곳에 열을 저장하기도 하지만 후끈 달아오르는 지구를 식혀줄 열 조절 장치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이 빠르게 올라가는 지구 기온을 잡아주지 못할 경우 지구 기온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갈 위험이 있다.

특히 해양이 대기의 열을 흡수하지 못하고 심지어 평균적으로 볼 때 해양에서 대기로 열을 내뿜기 시작하는 순간 지구온난화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 이른바 기후변화에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런어웨이(Runaway) 시점이 되는 것이다.

물론 올해의 급격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티핑포인트나 런어웨이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와 같은 해수면 온도 상승도 걱정해야 하는 것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온 상승으로 인해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산호초 백화현상이다. 산호초 백화현상은 단순히 산호초가 죽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호초와 공생하는 주변 생태계, 나아가 전체 해양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이변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조금은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와 같은 슈퍼 엘니뇨가 매년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엘니뇨는 보통 2~7년에 한번 정도 발생한다. 특히 올해와 같은 슈퍼 엘니뇨는 지난 1972~73년, 1982~83년, 1997~98년 단 세 차례뿐이었다. 정확한 주기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슈퍼 엘니뇨는 10~2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한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 해에는 엘니뇨와 정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예년보다 차가워지는 현상이다. 후끈 달아오른 대기를 지구 스스로 식히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지구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특히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 해에는 강한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뒤인 지난 1973~75년, 1998~2000년에는 강한 라니냐가 발생한 바 있다. 산이 높으면 그만큼 골이 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참고문헌>

* NOAA, Global Summary Information - November 2015.
( http://www.ncdc.noaa.gov/sotc/summary-info/global/201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