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소음에 시달린 개…첫 배상결정

개가 사람보다 소음에 16배 민감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5.12.21 09:54 수정 2015.12.21 11: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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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사는 A씨는 애완견과 사냥개 훈련학교를 운영해왔습니다. 훈련학교에서 사육중인 개는 2백 여 마리. 지난해 4월 개 사육장에서 400 여 미터 떨어져있는 곳에서 전철 터널공사가 시작된 뒤 A씨가 키우던 개들이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암반을 뚫는 작업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이 개에게 전달된 것입니다. 얼마나 소음이 스트레스였는지 멀쩡하던 어미 개들이 유산하거나 죽은 새끼를 낳았습니다. 또 불안에 떨던 어미개가 새끼를 밟아 죽는 일 까지 벌어졌습니다. 올해 1월 초 까지 터널 공사가 진행된 뒤 모두 30마리의 새끼 개가 폐사했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참다못한 A씨는 터널공사 발주청과 시공사에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1억4천만원의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서 소음실태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민원이 제기된 뒤 터널공사가 중단돼 실제 소음을 측정할 수 는 없었고, 대신 암반굴착 공사에 쓰인 건설장비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음강도를 계산했습니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도 추정치는 최고 62 데시벨로 나왔습니다.62 데시벨은 사람이 불편을 느끼는 생활소음 기준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소음진동법에는 사람의 생활소음 기준치가 65데시벨입니다. 이 정도 소음에서는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울 만큼 시끄러운 수준입니다. 달리는 전철에서 나오는 소음이 약65에서 75데시벨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가축의 경우 법적 기준은 없지만 폐사, 유산, 사산, 압사, 부상 등 소음피해를 인정하는 인과검토기준은 70데시벨이고 진동속도는 초당 0.05cm입니다. 성장이 늦거나 수태율 저하 등 피해에 적용하는 소음기준은 60데시벨, 진동속도 초당 0.02cm입니다.
 
사람의 생활소음 기준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개가 심한 불안증세를 보일 수 있을까?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사육환경, 건강상태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50에서 60데시벨 범위에서도 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A씨 훈련 개의 소음피해를 인정했습니다. 개의 경우 사람보다 소음에 16배 정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참고했습니다.

위원회는 터널공사장 주변에 개 훈련장이 있는데도 시공사가 특별한 소음방지 대책 없이 공사를 한 점도 고려해 지난달 12일 피해배상을 결정했습니다. 배상액은 유산하거나 죽어서 나온 새끼 15마리와 어미한테 깔려 죽은 새끼 15마리 등 모두 30마리에 대해 1마리당 50만원씩 계산해 1천5백만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생활소음 기준치 65데시벨과 가축피해 검토기준인 70데시벨 이하에서 발생한 소음에도 피해를 인정한 첫 배상 결정입니다.중앙환경분쟁위원회의 결정은 60일 안에 당사자가 소송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아직까지 신청인이나 시공사 양쪽에서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배상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축 소음 피해 배상신청이 1년에 10건 정도에 이르고, 80%가량 배상결정이 내려집니다. 소음피해 신청 동물은 소나 돼지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배상결정은 소음발생 작업장에 보다 더 엄격한 소음 방지시설과 대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 말 못하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피해구제 사례란 점도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