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이벤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코스 점검과 대회 운영 경험을 쌓기 위해 치르는 대회로 모두 23개가 예정돼 있습니다. 스키 월드컵은 현재 건설 중인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내년 2월6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개최되는데 ‘스키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활강과 슈퍼대회전 두 종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정작 대회가 임박했는데도 아직 필수 시설인 곤돌라 설치가 끝나지 않았고 코스에 뿌려질 눈을 만드는 제설작업은 오늘(15일)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 11월18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파악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12월9일 평창 스키점프장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0일에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평창 조직위원회를 방문했습니다.
첫 테스트 이벤트인 스키 월드컵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역량이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 같은 대회입니다. 이미 몇 년 전에 대회 일정이 확정된 대회를 개막 직전에 못한다고 할 경우 대외 신뢰도 추락은 물론 엄청난 국제적인 망신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스키 월드컵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요?
● 허송세월: ‘첫 삽’까지 시간 낭비
하루가 금쪽같은 상황에서 설계 기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첫 삽을 뜨기까지 여러 논란으로 1년 이상 허송세월한 것이 두고두고 ‘초치기 공사’의 빌미가 됐습니다.
● 만시지탄: 정보도 늦고, 대응도 늦고
착공 자체가 물론 늦었지만 정보에도 어두웠고 대응도 늦었습니다. 가장 경악할만한 사실은 경기장이 들어서는 정선 가리왕산 부지가 연약 지반이어서 곤돌라 타워 설치가 쉽지 않다는 것을 올해 봄 이후에야 확인한 것입니다.
지반이 연약하면 보강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고 비용이 훨씬 더 듭니다. 이미 몇 년 전에 대회 장소로 확정된 가리왕산 부지의 지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렇게 늦게 인지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후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현장 시공업체의 요구를 수용해 부랴부랴 10월초부터 야간공사를 지시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수뇌부의 판단과 대응 능력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 설상가상: 날씨 원망, 발만 동동
평창 조직위원회는 지난 11일 각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발송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2개월간 무려 22일이나 비가 내려 공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상하리만치 포근할 날씨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어젯밤(14일)에도 비가 내렸고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만약 폭설까지 쏟아지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됩니다.
지난 10일자 강원일보는 “정선 경기장 시공사의 협력업체인 A사가 장비대금을 체납해 일부 업체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대형 덤프트럭과 굴삭기 40여대를 제공하는 장비업체가 A사로부터 장비대금 40억 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 8일부터 공사를 중단한 채 대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시공사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장비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급이행 보증에 대한 가압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때 스키 월드컵이 전격 무산되면 외국 선수들의 항공기 및 숙박 취소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혼란이 야기됩니다. 또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개최지를 물색해 급히 대체하기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평창 조직위의 일부 관계자들은 어차피 망신을 당할 바에야 내년 1월초에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욕을 덜 먹는 방법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불원천, 불우인, 반구저기’(不怨天, 不尤人, 反求諸己)라고 역설했습니다.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남 탓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라는 뜻입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두 축인 평창 조직위원회와 강원도가 새겨들어야 할 구절이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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