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희망을 남기고 간 천사, '호프'

SBS 뉴스

작성 2015.12.03 14: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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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태어나 ‘엄마’ 한 번 불러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갓난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가 세상에 머문 시간은 고작 74분,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에 이 아이는 여러 사람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아이의 이름은 '호프'(Hope), '희망'이라는 뜻입니다. 호프는 태어나기 전부터 불치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뇌가 없는 ‘무뇌증’이었죠. 무뇌증을 가진 아기는 대개 태어나기 전이나 태어난 지 며칠 안 돼 숨을 거둡니다. 

호프의 부모는 임신 13주 차 병원 초음파 검사에서 뱃속의 쌍둥이 중 딸아이가 불치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의사는 불행한 결말을 예고하며 낙태를 권했습니다.

아이를 가진 축복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닥쳐온 비극적인 소식. 하지만 호프의 부모는 의사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딸 호프에게 삶을 시작할 기회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드디어 아들 조시의 뒤를 이어 딸 호프가 태어났습니다. 파란 눈을 가진 호프를 엄마 에마는 말없이 꼭 끌어안았습니다.

에마 리 / ‘호프’의 엄마
"호프가 살아있던 74분 동안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모두는 그저 딸아이를 안아줬다"

한 시간여 뒤, 호프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에마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아이의 눈을 감겨줬습니다.

에마 리 / ‘호프’의 엄마
 "제정신일 수 없었지만, 아이가 무의미하게 떠나길 원치 않았다."

짧더라도 호프의 삶이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엄마 에마.

호프가 태어나기 전, 그녀는 문득 지난 4월 22일, 호프와 똑같은 상태로 태어난 아기 테디 홀스톤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태어난 지 100분 만에 숨을 거둔 테디는 심장 판막과 두 신장을 기증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그때 에마는 한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바로 호프가 태어난 흔적을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쓰기로 한 거죠.

그렇게 엄마의 품에서 눈을 감은 호프의 두 신장은 성인 환자 한 명에게 이식됐고, 간세포는 냉동돼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전해질 예정입니다.

에마 리 / ‘호프’의 엄마
"오늘도 여전히 딸아이가 다른 사람 안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슬픔을 덜어준다. 아이는 고작 74분밖에 살지 못했지만 일생 다른 이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으며, 우리는 작은딸이 영웅처럼 느껴진다."

호프가 이 세상에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74분이었지만, 그녀가 사람들에게 남기고 간 희망은 영원할 겁니다.

기획/구성 : 김민영
그래픽 :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