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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이 소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끊임없는 따돌림에도 꿋꿋했던 캔디 같은 소녀가 끝내 생명을 내려놓았던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4년 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던 김 모 양은 설레는 새 학기 대신 집단 따돌림을 마주했습니다. 같은 반 아이 5명이 김 양을 괴롭히기 시작했던 겁니다. 욕설은 물론이고, 머리를 향해 필통을 던지고 어깨와 팔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서랍 속에 물을 부어 교과서를 다 젖게 만들기도 했죠.

꿋꿋한 성격의 김 양은 그럴 때마다 항의하고, 또 항의했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들의 따돌림도 심해졌습니다. 김 양의 휴대전화를 교실 히터 밑에 숨기고, 가방을 몰래 뒤져 물건을 훔쳐가기도 했습니다.

김 양은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김 양의 부모는 학교를 찾아가 교장에게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괴롭힘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김 양의 부모는 담임에게도 딸을 지켜달라고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싸우지 마라”

담임은 싸우지 말라는 점잖은 훈계로, 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김 양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던 겁니다. 그런데도, 김 양은 꿋꿋했습니다,

끔찍했던 학교를 결석이나 지각 한 번 없이 다녔습니다. 집에선 우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나 강했던 아이가 목숨을 끊는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11월 17일에 일어났습니다.

4교시 체육 시간, 김 양은 담 밖으로 나간 공을 주워왔습니다. 그러나 김 양이 주워온 공은 다른 공이었습니다. 학우들은 김 양에게 공을 다시 가져오라고 시켰지만, 김 양은 그냥 교실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따돌림을 가한 학생들이 화가 나서 어제 일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김 양을 위협하고 욕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나대면 죽는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기까지 했죠.

이 일을 겪은 뒤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최선을 다했던 김 양은 학교에 자기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비가 내리던 그 날 밤 김 양은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습니다.

그녀가 자살 전 남긴 메모에는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 이름과 함께 ‘그냥 나 죽으면 모두가 끝이야. 이 복잡한 일들이 다 끝나’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 하지만 교장은 김 양의 자살 소식을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했습니다. 학교 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또, 김 양의 담임은 직무유기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교무 수첩의 학부모 상담 기록을 허위로 꾸며 적었습니다.

벌써 김 양이 죽은 지 4년이 흘렀습니다. 김 양이 세상을 떠난 뒤 부모는 가해자 5명의 부모와 담임선생과 교장,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오늘(1일) 김 양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김 양을 따돌렸던 가해자들이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부모들에게 자녀를 돌볼 책임이 있고, 따라서 1인당 천여만 원씩 모두 1억3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신 가해 학생들은 모두 전과가 남지 않는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습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은 거죠.

하지만 새로운 삶이 더욱 절실했던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김 양이었을 겁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 김민영
그래픽 :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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