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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15년 동안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여자

[카드뉴스] 15년 동안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여자

SBS 뉴스

작성 2015.11.18 18:16 수정 2015.11.18 18: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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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7일 새벽 다섯 시, 도로변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처음 현장에 출동한 119 응급대원은 단순 뺑소니 사고에 의한 사망인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차에 치였다면 어떤 상처라도 있어야 할 텐데, 남성의 몸은 너무 멀쩡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본 경찰은 사고가 아닌 살인으로 가닥을 잡았고, 용의자를 붙잡았습니다.

그 용의자는 바로 피해자의 첫째 딸, 김신혜였습니다. 경찰은 당시 그녀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습니다. 수면제 30알을 갈아 양주에 섞어 아버지에게 권했고, 그것을 마신 아버지가 숨지자 길가에 버리고 왔다는 걸 자백했다는 겁니다. 사건 발생 두 달 전, 김신혜가 아버지 앞으로 상해보험을 여러 개 가입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또 그녀가 쓴 시나리오 습작 노트에는 사망 보험금, 수면제 30알, 교통사고 위장 등에 대한 메모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경찰 발표만 보면 누가 봐도 그녀가 범인이 확실한 상황, 그런데 김신혜는 갑자기 입장을 바꿔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현장검증을 거부했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과 법정에서도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신혜는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동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처음엔 자신이 죽였다고 말했지만, 동생이 죽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무죄를 호소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제출한 증거는 어떻게 된 걸까요?

김 씨 측은 당시 경찰은 직권을 남용해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범행을 재연하게 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이 없는데 압수수색을 하고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관이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잘못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계속된 항변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대법원이 당시 경찰 수사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지만 결국, 김신혜에게 존속살해와 사체유기로 무기징역형이 선고됐기 때문입니다. 김신혜는 결국, 아버지를 죽인 딸이 됐습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김신혜는 계속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경찰의 강압에 의해 진술했다며 자신과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가석방도 포기하고 재판을 다시 받게 해달라고 호소해왔습니다. 그런 그녀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신혜의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해 지난 1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고 당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는 현재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오늘(18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김신혜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진 건 처음입니다.

[박준영 변호사]
재심개시결정 자체는 환영합니다. 다만, 우리가 재심을 요청한 사유를 재판부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15년 전에는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제는 한 번 제대로 재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합니다.

김신혜는 자신을 믿어달라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저 가장 기본적인 것, 동등한 인격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절차와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진실이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밝혀져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일부나마 인정한 법원이 이번엔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만한 결론을 내리길 기대합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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