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 한 올 인생을 심는 여성…'달인'의 뭉클한 사연

rousily@sbs.co.kr

작성 2015.11.05 17: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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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미용실. 긴 생머리의 여성이 머리를 감고 파마를 합니다.

“이게 가발이에요? 위에서 보면 사람 머리랑 똑같이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 여성의 머리는 실제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인모 가발이었습니다. 가발을 벗자 미용사도 놀랍니다. 강풍이 부는 태풍 체험장. 바람이 불자 인조모 가발은 맥없이 날아가지만 인모 가발은 굳건합니다. 이 놀라운 인모 가발,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경력 44년의 김순호 씨.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심는 기술 덕분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설로 불립니다. 김순호 씨는 세상 물정 모르던 15살, 가발 공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발을 만드는 게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했답니다. 머리카락이 귀했던 시절, 김순호 씨는 헛손질로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다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가며 연습을 했습니다. 한창 꾸미고 싶던 나이였지만, 짧은 머리를 자르고, 또 자르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늘 파마를 했다고 합니다. 가발은 머리카락을 한 올 씩 정교하게 심어야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손가락 마디는 휘어졌고, 코피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한 올이라도 더 심으려고 잠자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식사는 물에 만 밥과 김치 국물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가발 덕분에 돈을 벌었고,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았습니다. 가정을 꾸리는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이제 좀 편해지나 싶었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평생 남의 머리만 들여다 보던 김순호 씨에게 꼭 만들어야 할 가발이 남아 있었습니다. 5년 전 암과 싸우다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 항암 치료로 머리가 다 빠진 남편의 가발을 만들었던 그 때,  김순호 씨는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제 심정은 모르고 자기 가발 잘 떴다고… 잘 쓰고 웃고 그러니까 그게 더 가슴 아프더라고요. 남편이 너무 불쌍하니까...”

“오래 하면 달인이 돼요”
김순호 씨는 아직 엄마로서의 역할이 있다며 일을 놓지 않습니다. 가발을 오래 만들다 보니 손이 빨라졌을 뿐 달인이 별거냐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만든 가발이 특별하다고 말합니다. 오랜 노하우와 화려한 스킬 뒤에 누구보다 치열했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에 더 단단하고 오래가는 게 아닐까요.


(SBS 스브스뉴스)  
정경윤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