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어쩌다 신참 여경들은 '병아리' 신세가 됐나?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5.10.05 09:12 수정 2015.10.05 10: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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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어쩌다 신참 여경들은 병아리 신세가 됐나?
충북 지역의 일선 지구대 경찰들이 수배자 검거 건을 두고, 신임 여경이 기지를 발휘해 한 일인 양 허위 홍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여경은 실제 검거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지구대 관계자는 "후배를 챙겨주려는 마음에서 일부가 잘못된 내용을 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경찰이 내는 보도자료나 경찰서 계정의 SNS에 ‘여경’의 활약상을 다룬 내용이 많이 늘었다. 그만큼 여경 관련 기사도 늘었다. 사건팀 기자를 한 지 3년 가까이 됐지만 올해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여경도 그냥 여경이 아니고 ‘20대’, 혹은 ‘신임’ 여경이 대다수다. 다음은 실제 기자들에게 배포된 자료와 여경 관련 기사에서 등장한 문구다. 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은 삭제했다. 모두 올해 나온 것들이다.

<10년 도피 A급 기소중지자, '병아리' 여경 재치에 붙잡혀>
<절도범, 신참 여경 눈썰미와 기지에 덜미>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새내기 여경 '빛나는 기지'>
<파출소 배치 5일 만에 도둑 잡은 여경>
<신입 여경, 기지 발휘해 연쇄 절도범 검거>
<여경 기지로 도둑맞은 뭉칫돈 되찾아>
<지하철 몰카 찍던 男, 귀가 중 여경에게 '딱' 걸려>

...막내 여형사의 열정과 기지에 연쇄 절도행각도 막을 내렸습니다...
...출중한 외모에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찰 제복을 입은 여경들이지만...
...여경의 기지로 발생 40분 만에 찜질방 핸드폰 절도범을 검거하였습니다...
...건장한 청년을 끈질긴 추궁으로 범증 확보 후, 현행범 체포한 여경은...
...실습 중인 새내기 여경... '공감소통'이 위력을 발휘했다.
...절도 용의자는 60대 X모 씨로 절도 등 전과가 많은 사람이고, O순경은 지난해 경찰에 들어온 신참이다.


경찰은 늘 피의자 검거나 잘된 수사를 홍보하고 싶어 한다. 직접 SNS에 올리기도 하지만, 언론을 통한 경로가 주로 사용된다. 그렇게 알려진 해당 경찰과 그의 상사, 일선 서는 포상을 받고, 진급에 잘 반영되기도 한다. 어떻게든 ‘포인트를 잡아’ 자료를 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그 모든 것을 취재 대상으로 삼을 리 없다. 전례 없이 규모가 크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동종범죄 피해를 막는 데 교훈이 되는 부분이 있거나, 유명인과 관련된 사건도 기사화에 유리하다. 말이야 쉽지, 그런 게 매일 나올 수 없다. 그렇기에, 과열된 경찰 조직 내 공적 홍보 경쟁 속에서, 신임 여경의 활약상은 손쉬운 재료가 되는 분위기다.

우선,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다. 여성이 위험하고 거친 일을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여경’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크다. 거기에 ‘신참’, ‘20대’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체격이 작거나 외모가 뛰어날 경우엔 스타성까지 갖춘다. 기본적으로 경찰과 긴장 관계인 언론도, 그런 여경의 활약성을 다룬 기사에 대한 수요와 효과를 얄미우리만큼 잘 알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절대 기사화될 수 없는 것들도 ‘신임 여경’이라는 타이틀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활약상 대부분 절도나 교통규칙 위반, 보이스피싱, 몰래카메라 촬영 같은 이른바 서민범죄 피의자의 단순검거 건이다. 이런 공적이 의미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여느 경찰도 하고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평소라면 마땅히 기사가 될 만한 포인트가 없다는 거다. (더 직접적으로 말해) 똑같은 검거 건을 동년배의 남자 경찰, 혹은 나이 많은 여경이 해냈다면, 그래도 기사화 됐을까? 그에 앞서, 경찰이 자료를 냈을까? 언론과 경찰 양 쪽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신참 여경 관련 기사는 소구력 높은 미담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여경의 활약을 다룬 경찰의 보도자료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흥미진진한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춘다. 현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용의자를 검거하는 순간까지 세세한 묘사를 통해 흡사 추리소설을 읽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여경이 해냈다' 말고는 딱히 쓸 게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근처 CCTV를 뒤졌다거나 의심되는 용의자를 뒤쫓았다 같은, 경찰이라면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조차 위험스럽고 엄청난 일인 양 포장된다.  

그걸 받아 쓰는 언론은 또 어떠한가. 기사에 '병아리 경찰이','신임 여경이 기지를 발휘해','재치있는 대응으로','눈썰미 좋게' 같은 낯부끄러운 표현을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쓸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여경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닐 경우, 그러니까 함께 한 동료 경찰이 있을 경우엔 그 부분은 뒤에서 아주 조금 언급한다. 조작이랄 것 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직한 기사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공적홍보 경쟁 속에 여경을 '활용'하는 경찰과, 그걸 알면서도 포장해 세상에 내놓는 언론의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런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 더 있다. 근래 몇 번, 이런 식의 보도 자료를 받아보고 경찰 쪽에 항의 아닌 항의를 한 적 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사기 진작 차원에서, 좋은 의도로 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제 막 발을 뗀 새내기들에게 이런 식의 주목과 칭찬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워낙 여경의 수가 적다 보니 더 화제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기자 사회도 ‘막내’ 혹은 ‘신입’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연륜과 경험에 비견되는 ‘열정’이야말로 주니어 기자의 자산이다. 그런 후배의 장점을 발굴하고 장려하는 게 선배의 역할이기도 하다. 막내 기자가 첫 기사를 쓰거나, 좋은 특종을 해 오면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한다. 크게 칭찬하고 그런 사실을 공유하면서 한껏 기운을 북돋아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취재원 앞에서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끼리야 막내고 후배이지, 조직 밖에서 기자는 어디까지나 기자이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여기자를 대하는 취재원의 태도는 무례하기 십상이다.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다. 나도 처음엔 크게 상처 받고, 상대와 소리 내어 다투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들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결국 ‘기사로 답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더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 될 일이다. 내가 그런 시행착오를 겪기까지, 어떤 동료도 날 ‘나이 어린 여자’로 외부에 소비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건 나 개인과 조직 전체를 위해서 필요한 예의였다. 누군가 우리 신입 기자를 '병아리'나 '새내기'로 표현한다? 난 가만 안 있을 것 같다.

경찰 내부 특유의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든지, 경찰과 기자는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 다르다고 말한다면, 되묻고 싶다. (참 어려운 상상일 수 있지만) 당신이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라면, 당신을 검거한, 수사한 사람이 어린 여자 경찰인 것과 연륜 있는 남자 경찰인 것에 차이를 느껴야 할까? 당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게 여자경찰이라면 그 사실에 수치심이라도 느낄 것인가?

같은 성과를 내고도, 더 큰 칭찬과 주목을 받는 여경 동료를 둔 남자 경찰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진심으로 그런 여경을 동료로서 인정할까? 무엇보다, 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가치와 고귀함에 반해 많은 것을 감수하고 이 직업을 선택한 여경 본인에게, 이런 특별 대우가 어떤 도움이 될까? 나중에 정말 업무 능력으로 경쟁하고 성취할 때조차, 그녀를 두고 이뤄지는 평가는 온전하고 공평할 수 있을까? 

"여경의 수는 1만348명으로 전체 경찰관의 9.4%에 불과하다. 2005년 경찰청은 여경 비율을 전체 경찰의 10%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의 '여경채용목표제'를 발표했지만 그 목표를 10년이 지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총경 이상 고위직을 보면 여경의 상대적 열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총경 이상 고위직 여경은 11명. 전체 총경 이상 경찰관 566명의 1.9%에 불과했다. 현직 여경 최고위직은 경무관이다. 전체 여경의 63.3%가 경무와 생활안전에서 근무해 여경 업무의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연합뉴스 2015-07-01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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