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맘충…여성비하를 넘어 이젠 모성비하?"

* 대담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SBS뉴스

작성 2015.08.19 09:19 수정 2015.08.19 10: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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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청취자 여러분 요즘 나오는 신조어들 가운데 ‘맘충’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맘충’ 엄마라는 뜻의 ‘맘’에 벌레 ‘충’ 자를 붙여서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식만 생각하고 타인들 다른 사람들 피해는 아랑곳없이 자기 자녀만 챙기는 이기적인 엄마들. 그런 엄마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만든 말 같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엄마라는 말에 벌레 충 자를 섞어 쓰다니. 여성 비하를 넘어서 모성 비하다, 이런 지적도 많아 보입니다.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담고 있는 사회적인 함의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숭실 사이버대학교 이호선 교수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도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맘충’이라는 말은 고약한 데가 있는 그런 말 같지 않으세요? 어떠세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아무래도 고약하다는 말씀 하셨는데 저는 처음에 ‘맘충’ 그래서 마음이 충만하다, 이런 뜻인가? 그랬었는데 맥락을 봤더니 결국은 버러지 같은 엄마,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물론 현상이 있어서 비뚤어진 모성을 지칭하는 말이긴 한데요. 사실상 이게 조금 더 확대되고 과격하게 사용이 되면서 모성이 가지고 이는 본래적인 아주 본질적인 아름다움까지 폄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게 현상으로 자리 잡는다는 건 우려될 만한 바가 있다고 보이죠.

▷ 한수진/사회자: 

한 마디로 ‘맘충’하면 이기적인 엄마들,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그렇게 봐야 되겠죠. 흔히 우리가 자식 사랑이다, 라는 핑계로 몰지각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엄마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아빠들한테는 사용하지 않고 주로 엄마들한테 사용하게 되는데 공공장소나 식당 같은 데 보면 아이들 뛰어다녀도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자식들을 뭐라고 한다면 불같이 화를 내는 예의 없는 어마들이 있고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엄마들을 이른바 통칭하는 말을 ‘맘충’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주로 그런 방식으로 지금 이 말이 사용되는 거군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네. 

▷ 한수진/사회자: 

다른 사람들의 불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식, 자기 아이만 생각할 때. 대표적인 예가 공공장소에서 어린 자녀들을 방치하는 것. 사실 이런 지적들은 여러 번 나왔는데 그런 부모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사실이기도 하죠.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이 있긴 하데 문제는 ‘충’자가 붙는다는 게 어떤 건지 봐야 하는데요. 흔히 옛말에는 식충이라는 말을 사용했었죠. 그러다가 인터넷 세상이 들어오면서 ‘충’자가 붙는 경우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급식충’이란 ‘일베충’ 이런 말로 ‘충’자가 붙는 경우에 상대에 대해서 낮고 형편없는 것을 일컫는 일종의 공식적인 어미로 사용되고 있는 게 ‘충’의 의미가 되어 버렸는데 문제는 엄마라는 말에 벌레라는 뜻의 ‘충’이 붙는다는 게 사실 모성에 대해서 낮게 비하하고 욕설에 준하는 말이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그냥 사용된 건 아니고요. 한동안 우리가 ‘패드립’이라는 게 있지 않았습니까. 청소년들 사이에 인터넷상에서 패륜 드립이라고 해서 자기 부모에 대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섞어서 심각한 수준의 비난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이런 말들을 패륜 드립이다, 패드립이다, 라고 불렀는데 패드립 차원에서 맘충이 사용된 것이라 결국은 이 말을 사용하는 세대 자체가 자녀 세대라는 거거든요. 이 자녀 세대들이 거침없이 부모들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게 아주 나쁜 거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공동체의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 부모들을 나무라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할 건 없지만, 이것이 하나의 대표성을 가진 단어가 되고 사람들이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이 일부 사람들이지만 사실은 더 많은 영역을 향해서 거침없이 비난과 욕설을 쏟아 붓는 하나의 통로가 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처음에는 아이들이 재미의 측면에서 이런 말을 쓴 것도 사실일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측면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그렇죠. 이게 지금 사실은 이런 엄마들의 행태, 잘못된 일부 엄마들의 행태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성이 되어 버렸고요. 못난이 엄마들의 이기주의라서 이 과정이 아이를 어떻게 망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 그런 것들을 비난하는 단어가 ‘맘충’이기는 한데. 문제는 이 부분이 하나가 전체를 이야기하는 흔히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의 문제에 걸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약에 우리가 김치녀다, 된장녀다, 이런 얘기 나올 때도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닌데 일부라도 그런 양상이 보이면 그 사람들을 싸잡아서 그렇게 맹비난하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 버리는 게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인데 문제는 이게 엄마 영역이라는 겁니다. 엄마라고 하는 건 자연이다, 땅이다,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다, 아가페적인 사랑이다. 이런 것의 일종의 신화의 영역이었는데 이제는 이 모성신화가 깨져버린 거죠. 그리고 모성신화에 대해서 기꺼이 공격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창구가 만들어진 것 같고 이 거대한 창구를 사람들을 여과 없이 공격의 현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현실이 안타까운 거죠. 

▷ 한수진/사회자: 

저도 엄마니까요. 듣는 엄마 참 마음 아프네요. 어쩌다가 엄마가 이렇게 됐을까요. 그리고 엄마를 맘충이라고 부르고 자녀들은. 그렇게 맘충이라고 부르면서 한편으로는 속 시원해 하고. 그렇죠? 그런 측면도 있다는 건데. 그런데 어쨌든 교수님 생각하기엔 이게 특정 계층이나 대상을 과도하게 연결시켜서 비판하는 게 아니냐,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는 말씀이시고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어떻게 보면 조금 많이 나가고, 조금 더 보자면 이거 사실 남녀 문제. 왜냐하면 우리가 맘충이라고 하지만 파충이라고는 안 부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파더? (웃음) 파충. 대드충이라는 말은 없잖아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파충류라는 말이 있으니까 이런 얘기들이 나오기에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의 문제인데요. 사실 이건 엄마 아빠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허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무지한 양육 태도의 문제거든요. 문제는 이 부분이 단순히 엄마 영역이 아니라 여성 비하의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인 거죠. 이를테면 우리가 남성세대 주체들 중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많이 있잖아요. 이런 남성들을 싸잡아서 지칭하는 말들은 별로 없습니다. 사건이다, 사고다, 못난이다, 이 정도만 얘기하지 김치녀라던지, 된장녀

▷ 한수진/사회자: 

김치남, 이런 건 없다는 거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이런 말은 없는데 반면에 여성들에 대해서 불편한 태도에 대해서는 상징적인 호칭들을 기꺼이 갖다 붙이고요. 

▷ 한수진/사회자: 

김치녀, 된장녀.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아몰랑도 그런 뜻이 있다면서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아몰랑도 그렇죠. 불만에 가득 찬 대중들이 분노를 쏟아 붓기에 너무 좋은 통로를 마치 누군가 일부러 만드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는 여성 비하적인 의도가 있다, 이렇게 보이고요. 사실상 역사적으로 봤을 때 더 긴 세월을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누렸던 게 남성들이고 그러다 보면 남성들의 장기적인 부정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사회가 함구하는 분위기거든요. 남자들이 하면 권력욕이고 여성들이 하면 김치녀, 아니면 맘충이다. 이건 언어 형평성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회적으로 심리적인 형평성도 기울어져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이런 말 쓴다고 문제 있다, 하면 말이죠. 또 그걸 가지고 그렇게 심각하게 그러나. 이런 비하적인 의미를 드는 단어를 쓰면서도 놀이화 되고 유희화 돼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 이런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우리 사회 내에서 이런 인식이 얼마나 고착화 되어 있느냐 하는 걸 한편으로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싶네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네. 실제 우리가 기울어진 마음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부분이라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울어진 시선도 굉장히 중요한 거거든요.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는 건 이게 사회의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는 건 아닌가. 어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분노가 다른 쪽으로 분출되기 마련인데 그러면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게 도대체 이게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언어가 상징을 가지고 특정 대상을 지칭하고 그 대상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비난의 통로로 사용되고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한꺼번에 받는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게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느냐 살펴 볼만한 시점인 것 같은데.

▷ 한수진/사회자: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그렇죠. 사람들이 분노하는 겁니다. 분노가 왜 이렇게 일어났나 생각해보니까 지금 현재 정규직, 비정규직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이 시작되면서 신분제도가 사실상 철폐가 됐고요.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민주주의를.. 

▷ 한수진/사회자: 

그런 사회적인 변화 속에서 분노가 표출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진단이시네요. 교수님 오늘은 여기까지 우리 이야기하자고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숭실사이버대 이호선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