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무책임 꼬집는 '아몰랑'…유행어의 사회학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5.06.21 17:27 수정 2015.06.24 10: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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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몰랑'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논리 없는 주장,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태도 등을 뜻하는데, 인터넷에서 장난처럼 시작된 이 말이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류란 기자입니다.

<기자> 

한 여성이 SNS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아몰랑'이라는 말은 이렇다 할 논리 없이 주장해 놓고선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모습을 뜻합니다.

몇 달 전부터 '아몰랑'이 유행어로 퍼지면서 각종 패러디 물이 쏟아졌고 광고에도 등장했습니다.

아몰랑의 어투가 여성적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여성 비하적 의미로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김손경미/여성미래센터 활동가 : 여성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편견을 조장하고 무의식중에 그걸 침투시키는 거죠.]

이렇게 사용되던 유행어 '아몰랑'에 불을 붙인 건 온 나라를 뒤흔든 메르스 사태였습니다.

[(다음중 콘트롤타워는 어떤 겁니까?) 아 몰라. (아 몰라? 아몰랑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답답하다?)] 

제대로 된 설명이나 문책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정부의 초기 대응을 꼬집는 데 '아몰랑'이 딱 맞아떨어진 겁니다. 

[계속 사망자가 발생하니까.]

[많이 불안해서 되도록이면 밖에 안 나가요.]

주로 세태를 풍자하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선욱/숭실대 철학과 교수 : 서로 더 알지 않겠다고 하는 적극적인 의미로서 관계의 거절을 포함하는 (표현이고요. 따라서) 그 대화가 굉장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게 됩니다. 각자가 제 할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각자도생, 사회적인 연대가 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행어 하나에 비판이나 저항 정신까지 읽어내는 건 무리겠지만, 국가 재난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 팔 걷어붙이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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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중에 사용된 일부 인터뷰 내용이 당사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돼 해당 인터뷰를 삭제하고 동영상 다시보기를 중지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인터뷰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처음에 제대로 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온 뒤에도 정부의 발표나 의료진의 이야기를 못 믿는 풍조가 생겼으며 이렇게 된 데에는 언론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취재기자는 이 인터뷰 내용을 부분 인용해서 "정부의 발표나 어떤 기관 또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못 믿겠다"라고 방송해 인터뷰한 시민의 의도와는 다른 뜻으로 사용됐습니다.

SBS 취재진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시민 분을 직접 만나 정중한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