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위터' 닫은 질병관리본부…'소통'은 어디에?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5.06.04 11:36 수정 2015.06.04 12: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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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눈과 귀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에 쏠려 있습니다. 확진 환자는 연일 증가하고 있고, 격리 대상자도 4일 현재 천 3백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명에 대한 공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학교 수 백 곳이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도 잇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습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불안해진 마음의 틈새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솔솔 들려옵니다. 어디어디 병원에서 확진자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으니 절대 가지 말라,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뭘 하라, 뭘 하지 말아라…이런 정보들 가운데는 귀기울여 들어야 할 중요한 것들도 있지만 자칫 들었다가 오히려 혼란에 빠지게 하는 위험한 것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이 어떤 시대입니까. SNS를 타고 온갖 정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날아다니는 이른바 '초연결'의 시대입니다. 책임있는 기관의 신중하고 차분한 대처가 필수적인 곳은 실제 오프라인 세상 뿐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메르스 사태'에 대응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당국이라고 할 질병관리본부의 SNS, 정확하게는 '트위터' 계정(@KoreaCDC)이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비공개 전환은 오늘 새벽이나 오전 일찍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흔히 '프로텍트'라 불리는 이 '비공개 설정'은 계정 소유주가 '팔로워'를 골라서 받겠다는 의미입니다. 위의 캡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제 질병관리본부의 트위터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승인한 팔로워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프로텍트를 걸기 전에 이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는 1,627명은 질병관리본부의 트윗을 계속 보실 수 있을 텐데요, 불행히도 저는 미처 팔로워가 되지 못해서 무슨 내용이 올라오고 있는지, 아니 올라오기는 하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궁금해서 검색을 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종종 하는 '멘션 검색'입니다. '@KoreaCDC'를 트위터 검색창에 입력하면 이용자들이 이 계정에 어떤 말을 '걸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이건 해당 계정의 비공개 설정과는 상관 없는 별개의 기능입니다.[취재파일] 프로텍
[취재파일] 유성재

아니나다를까, 트위터 이용자들의 비난이 따갑습니다. 

혹시 계정이 공개 상태였던 예전에는 어땠는지 스크롤을 조금 내려봤는데요, (제가 팔로워가 아니어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메르스와 관련한 '알토란' 같은 트윗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파일] 유성재[취재파일] 유성재
다시 질병관리본부 트위터 계정의 프로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트위터 가입일은 2010년 9월입니다. 4년 9개월 전에 만들어진 공식 계정이 올린 트윗 숫자가 843건입니다. 물론 트윗이 많다고 꼭 활발하게 활동해 온 좋은 계정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 시점에서 트윗 수로는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트위터 프로필에 연계된 링크가 이미 지난 해 6월 30일에 서비스 종료된 네이버 '미투데이'인 걸 보면 솔직히 한심한 기분이 듭니다. '미투데이'가 서비스 종료가 된 건 그것대로 아쉬운 일이지만, 거의 1년 전에 종료된 서비스를 정부 공식 계정이 아직까지 연계 페이지로 두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트위터 계정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대체 질병관리본부는 트위터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뭘 하긴 하고 있었을까요?

만약 당국이 SNS를 '메르스 유언비어의 소굴'로 보고 있다면, SNS를 피할 것이 아니라 SNS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확인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수많은 이용자들이 멘션을 보내고 쪽지를 보내면 일일이 대응하는 게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상황이 이러이러해서 일일이 응대해드리기가 어렵다'고 고백하고, 대신 '질문이나 의문에는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답변드리겠다'고만 해도 상식적인 이용자는 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정도도 모르고 '일단 시끄러우니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자'고 생각해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지난 4년 9개월 동안 트위터를 운영한 '노하우'라는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질병관리본부의 '트위터 비공개'에 대해 너무 일방적으로 오해하는 게 아닐까 우려되어, 저희는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대변인실에 몇 차례 연락을 취했습니다만, 아쉽게도 닿지 않았습니다. 대변인을 비롯해 담당자의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신호가 가도 받지 않는 상황이 되풀이됐습니다. 

동료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질병관리본부를 산하에 둔 보건복지부도 메르스 대응과 조치 사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메르스 첫 사망자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기 위해 달려간 기자들에게 '기자들은 기자실에 있으라'고 했다거나, 무조건 '내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자리를 피하기에 급급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불안하고, 정보에 목마릅니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당국의 움직임과 발표에 모든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창구 하나를 스스로, 그것도 슬쩍 닫아버리는 게 과연 책임있는 당국의 자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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