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낮 서강대에서 열린 '피키캐스트와 뉴스 큐레이션'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슬로우뉴스 편집장 민노 씨는 발언 시작부터 약간 흥분된 어조였습니다.
"원작자가 흘린 땀과 노력과 시간, 그걸 만들기 위해 흘린 눈물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그렇게 막 가져갈 수 있나요? 그것도 조직적으로 하고 있어요."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허핑턴포스트는 블로거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므로 남의 것을 갖다 쓰더라도 어느 정도 명분은 있어요. 하지만 피키캐스트는 남의 저작물을 강제로 끌어모아 쓰기 때문에 명분이 없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저작물을 복제하더라도 나만의 성찰을 담아 새로운 창조 또는 패러디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거든요. 하지만 피키캐스트는 명확한 팩트 체킹(사실 확인)도 없이 퍼오면서 뉴스의 질과 관련해서는 퇴행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피키캐스트가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해 언론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이제 뉴스와 뉴스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남의 저작물이라도 잘 모으면 값진 콘텐츠가 됩니다. 피키캐스트의 뉴스 큐레이션도 분명 값어치가 있는 콘텐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 대표는 "현행 저작권 보호 시스템이 피키캐스트 같은 뉴스 큐레이션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을 제약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저작권자를 일일이 찾고, 허락받는 데에도 비용이 듭니다. 그 사회적 비용이 지출할만한 비용인지 의문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피키캐스트는 최근 국내 방송사·언론사와 사전 제휴 계약을 맺는 식으로 저작권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캡처화면을 퍼갔지만 최근엔 제휴 관계를 맺은 JTBC와 CJ E&M 콘텐츠를 주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콘텐츠에 대해선 무단전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SBS뉴스의 새 멀티플랫폼 큐레이션 서비스인 '스브스뉴스'(현재 시범운영중/ 6월 공식오픈 예정)를 시범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내 큐레이션 매체들의 무단 전재 사례를 자주 목격하곤 했습니다. 스브스뉴스는 해외 저작물도 반드시 원저작자의 허가를 받고 사용한다는 원칙 하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원저작자에게 접촉해보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막 퍼가선 안 되는 유료 콘텐츠이지만 피키캐스트 등 큐레이션 매체들이 이미 가져가 쓰고 있는 경우를 적잖이 봤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남의 저작물이라도 보도, 학술, 비평 등의 공익적 목적이라면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얕은 재미'를 위해서 남의 저작물을 내 것처럼 갖다 쓴다면 '인용'이 아니라 '이용'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동의 없이 그렇게 '무단 이용'하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된다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