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핵 잠수함의 꿈…'362 사업'을 아십니까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5.05.10 07:28 수정 2015.05.10 08: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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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관순함 진수식

지난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계획은 프랑스 핵 잠수함 바라쿠다급을 모델로 한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3척을 2020년 전에 실전배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 노 대통령은 조 장관의 보고를 흔쾌히 승인했습니다.

최초의 한국형 핵 잠수함 개발 사업은 이렇게 대통령에게 보고한 날짜를 따서 ‘362 사업’이라고 명명돼 비밀리에 착수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우리 해군은 벌써 핵 잠수함 2척을 확보했겠지만 아쉽게도 362 사업은 1년 여 만에 종료됐습니다. 비밀 사업이었는데 한 언론의 보도로 외부에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362 사업이 좌절한 지 11년이 지난 올해,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되면서 핵 잠수함 개발을 위한 한 자락 좁은 길이 열렸습니다. 우리 군도 핵 잠수함 개발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압도적인 무기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주변국의 반대, 기술적 한계 등 넘어야 할 고개는 많겠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꿈입니다.

●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꿈, 362 사업

362 사업은 3조 5,000억원을 들여 한국형 핵 잠수함 3척을 건조할 계획이었습니다. 2006년까지 개념 설계를 마친 뒤 2007년부터 건조에 착수해 2012년 1번함을 실전배치할 참이었습니다. 2~3년 간격으로 2번함, 3번함을 진수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으니 계획대로였다면 2015년 현재는 2번함이 전력화됐을 시점입니다.

사업에는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이 참여했습니다. 해군 조함단 아래 362 사업단이 설치돼 설계 및 건조, 무장과 관련된 현안을 검토하고 작전요구성능(ROC)를 수립했고, ADD는 잠수함 설계를 맡았습니다. 원자력연구소는 핵 추진기관을 연구했습니다.

362 사업을 이끌었던 문근식 솔트웍스 부사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잠수함에 탑재할 원자로로 러시아 OKMB사의 원천기술로 개발된 스마트 원자로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함체는 프랑스의 핵 잠수함인 4,000톤급 바라쿠다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문 부사장은 “디젤 잠수함도 독자적으로 설계, 제작해 본 적 없는 우리나라가 핵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라면서도 “11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라고 말했습니다.

●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장보고-Ⅲ 사업
김태훈 취재파일
▲ 3,000톤급 잠수함

그렇습니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우라늄을 20% 미만 농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 농축 우라늄은 핵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계선입니다. 미국, 러시아 같은 나라의 핵 잠수함은 농축도 90% 짜리 우라늄을 연료로 쓰지만 프랑스의 핵 잠수함은 농축도 20% 우라늄을 사용합니다. 농축도 20% 우라늄 기반의 핵 잠수함도 실전 능력이 입증됐습니다. 

최초로 잠수함의 설계와 건조 모두 우리 기술이 적용되는 장보고-Ⅲ 사업이 성공하면 핵 잠수함 선체도 개발할 수 있다고 문 부사장은 주장했습니다. 장보고-Ⅲ 사업은 2020년대 3,000톤급 잠수함 9척을 건조하는 해군 최대의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1~6번함의 동력체계는 디젤로 결정됐지만 7~9번함의 동력 체계는 미정입니다. 우리 군은 핵 추진 잠수함 건조의 희망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 험난한 핵 잠수함의 꿈
김태훈 취재파일
▲ 1,800톤급 잠수함

핵 잠수함은 북한에게 치명적 위협입니다. 연속 수중 작전 기간이 거의 무제한입니다. 적의 영해 깊은 곳에 오래 숨어 있어도 정찰위성으로 탐지하기 어렵고, 불쑥 잠대지 미사일로 공격하기 때문에 적이 대처할 시간도 없습니다. 미 해군의 핵 잠수함이 국내에 입항하면 북한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꼭 갖고 싶은 무기 체계이지만 기술과 국제 정치역학 등의 문제로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핵 잠수함을 끌고 갈 초정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할 능력이 없고, 미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의 핵 잠수함 보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논리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핵 잠수함을 포기하기엔 북한의 위협 뿐 아니라 주변국의 핵 무장 속도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중국은 핵 추진 잠수함 뿐 아니라 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 핵 잠수함도 건조했습니다. 성능 면에서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우리 해군이 3,000톤급을 보유할 때쯤이면 제법 안정적인 전략 핵 잠수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잠수함에 탑재해도 손색없을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서 수상함에 집어 넣었습니다. 4,000톤급 소류급 잠수함은 언제든 핵 잠수함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장에 혈안입니다.

주변국의 반발 보다는 주변국의 위협을 우려해야 할 처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원전 대국입니다. 원자력을 만지는 기술이 만만치 않습니다. 핵 잠수함의 꿈,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