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불구'·'농아'…버젓이 사용되는 장애인 비하 용어

'애자'는 왜 잘못된 표현인가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5.04.18 09:41 수정 2015.04.18 14: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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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영자, 순자, 미자처럼 어느 여성의 이름이 아니라, '장애자'를 줄인 일종의 은어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썼던 말인데 꼭 장애인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말이 어눌하거나 신체적인 약점이 있거나 하는 식으로 놀리거나 공격할 구석이 있는 아이를 욕하듯 표현한 말이 '애자'였다. 아이들이 흔히 쓰는 '애자'라는 표현의 속뜻을 알고 나서 말 그대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요즘 초등생들도 이런 표현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주변의 대학생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썼다고 한다.)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고 1년이 지나 2008년 4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서는 32조 <괴롭힘 등의 금지>에서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장애인 비하 용어' 퇴출 시작, 그런데…

법 시행으로부터도 6년이 지나 '장애인 비하 용어'를 퇴출시키기 위한 당국의 조치가 시작됐다. 법제처는 2014년 장애인단체와 함께 선정한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 9개를 사용하고 있는 법령을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용어는 아래와 같다.심영구 취재파일법제처 조사에서는 도로교통법,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문화재보호법 등 법률 3건을 비롯해 모두 109건의 법령에서 정비대상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말까지 50건 정비를 마쳤고 올해 안에 나머지 정비를 완료한다는 게 법제처 계획이었다.

● 조사를 어떻게 했기에…


그런데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법률만 놓고 추가 조사를 해보니, 이런 용어를 쓰고 있는 법률이 6건 더 나왔다. 

국민투표법은 59조 기표절차에서 "맹인 기타 신체의 불구로 인해 자신이 기표를 할 수 없는 투표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한 사람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원조하게 할 수 있다."라 하고 있고 형법은 11조 농아자에서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또 258조 중상해, 존속중상해에서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 형사소송법,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군형법까지 6개 법률이다.

헌법도 있었다. 헌법은 제34조에서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에서 '장애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한 법 개정안은 지난 3월에야 국회에 제출됐다.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순위에서는 크게 밀려 언제 개정될지 기약이 없다. (헌법을 바꾸기는 훨씬 더 어려울 것 같다.)[슬라이드 포토]
● 굳이 이런 표현까지 바꿔야 하나?…"법부터 바꿔야"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 일반의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굳이 이런 표현까지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언어는 시간이 지나고 사회가 바뀌면서 함께 변한다. 과거에 문제 없던 표현이라고 해서 지금도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다. 맞춤법이 그렇듯이.

'장애자'라는 말 역시 1980년대까지는 공식적으로 쓰던 말이나,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 하여 1989년 법을 개정해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 '장애인복지법'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그때부터 '장애인'이라고 정의하게 됐다. 

처음에 언급했던 '애자', 아이들이 '애자'라는 말을 그냥 썼을 것 같진 않다. 장애인에 대해 깔보고 비하하고 공격하고 따돌리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의 공격적이고 무례한 언어 표현에까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왕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언중에게 남아있는 습관적인 표현까지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더라도, 법률이나 시행령 같은 이 사회의 공식 용어에서는, 그리고 바른 말 고운 말을 써야 하는 방송 등 언론에서는 개선하는 게 맞다고 본다. 어떤 법률은 개선하고 어떤 법률은 빠뜨리는 그런 허술함도 없어야겠다.

그래야 '애자' 같은 말의 사용도 줄어들 것 같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 장애에 관한 잘못 쓰이는 관용구와 대안

장애인 단체들은 또 이외에도 장애에 관한 잘못된 관용구와 그 대안에 대해서도 제안하고 있다. 참고를 위해 옮겨둔다.

장애를 앓고 있는 -> 장애를 갖고 있는
: 장애는 질환이 아니라고 국제적으로 합의됨.

꿀먹은 벙어리 -> 말문이 막힌, 말을 못하는

눈먼 돈 -> 관리 안되는 돈

벙어리 냉가슴 앓다 -> 말도 못하고 혼자서 가슴만 답답하다

외눈박이의 시각 -> 왜곡된 시각

외눈박이 방송 -> 편파 방송

절름발이 인재, 절름발이 지성인 -> 부족한 점이 있는 인재, 결격사유가 많은 인재

너 장애인이냐? -> 똑바로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일하지 못해?

눈깔이 멀었냐? -> 똑바로 봐라, 제대로 판단해라, 그것도 못 보냐?

병신 육갑을 떨다 -> 어리숙하게 행동하지 마라, 상황판단을 잘 해라

지랄한다 -> 함부로 행동하지 마라, 가볍게 굴지마라, 생떼 쓰지 마라

장애에도 불구하고 -> 사회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귀머거리 삼년, 벙어리 삼년 ->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불구가 되다 -> 장애를 갖게 되다

정상인 못지 않게 -> 일반인 못지 않게, 비장애인 못지 않게

눈 뜬 장님 -> 보고도 판단을 못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 전체를 모르면서 어리석은 판단

장애를 극복하고 -> 장애를 잘 받아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