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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KI)'…1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5.03.31 18:52 수정 2015.03.31 19: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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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주제로 취재파일 독자들께 인사드렸습니다만(▶ [취재파일] "역사를 제대로 돌아봐야"…하루키, 반성 없는 日에 쓴소리), 사실 저는 현재 보도국 문화과학부에서 방송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 취재파일은 오래간만에 '담당 분야'와 관련된 것인데다, 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순위'에 관한 겁니다. 길지 않고 그림도 몇 개나 들어 있으니 한 번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조사한 '2014년도 방송프로그램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KI, 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 Index)' 조사 결과가 30일 발표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KISDI에 의뢰하여 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상파 방송 4개 채널(SBS, KBS1, KBS2, MBC)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다가 종합편성채널이 생긴 2012년부터는 종편 4개사를 추가해 모두 8개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사는 분기별로 각각 6주간에 걸쳐 약 전국의 13세부터 69세 남녀 약 14,4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KISDI의 설명에 따르면 KI 지수는 채널별로 개별 프로그램의 만족도 지수(SI, Satisfaction Index)와 질 평가 지수(QI, Quality Index)를 합산해서 평균값을 도출한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SI와 QI는 어떻게 조사할까요? 문의한 결과 이렇다고 합니다.

지상파 방송 4개 사와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조사 당일 전날의 편성표(신문에 나오는 TV프로그램 편성표를 떠올리시면 됩니다)를 보여주면서 '여기 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 이상 시청한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도 수치와 질 평가 수치를 알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청한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0부터 10 사이 숫자로 표현'하라는 질문과 '시청한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한지 0부터 10 사이의 숫자로 표현'하라는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설명이 길었습니다. 결과를 볼까요. 먼저 SBS를 비롯한 4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조사입니다.취파1지상파 방송 가운데서는 KBS1 채널이 전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공영방송인 KBS가 이런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거겠죠. 물론 SBS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까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 전날의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여주면서 질문을 던진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조사 대상자가 보는 편성표는 지상파 채널과 유료방송의 종합편성채널이 합쳐져 있는데요, 상식적으로 응답자가 8개 채널을 다 시청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프로그램별 비교보다는 각각의 채널이 지난 해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만족도와 질적 평가에서 변화가 있었는지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 조사 수행기관의 입장입니다. 방송사들은 '1위'가 어디인지를 관심있게 보지만, 사실은 점의 '높이'가 아니라 선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놓고 지상파 채널의 그래프를 보니 더욱 분발해야겠네요.)

이번에는 4개 종합편성PP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볼까요. 취파1조사는 같이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지상파 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분리돼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어딘가에 돈을 내고 가입하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지상파 채널과,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줄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31일) 한 언론사는 위에서 보신 두 개의 그래프를 하나로 합쳐서 순위를 매겼는데요, 이건 지상파 채널과 종편 채널을 나눠서 발표한 취지나 의도와는 맞지 않는다는 게 조사기관 측의 설명입니다. 물론 자료를 보는 각각의 입장이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료를 '해석'하는 단계에서부터 조사 설계의 기본적인 근간을 부정하면 그 해석이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런 경우를 일컬어 옛 성현들은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을 쓰며 경계해 온 것이 아닐까요.  

지상파 채널과 종편PP채널의 단순 '줄세우기' 비교가 어불성설인 이유는 KISDI의 실제 보고서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 자체의, 그러니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KI 지수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인원(즉, 여러 차례 중복 참여한 연인원)의 합계를 보면 지상파-종편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조사 보고서 원본의 일부분입니다.  
취파 추가
조사를 완료한 '완료자'만 봤을 때 지상파 4개사의 합은 1,690,311명이고, 종편PP 4개사의 합은 577,691명입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이번 조사가 '50% 이상 본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와 질적 평가'이고, TV를 그냥 틀어놓고 보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또 '찾아서' 보는 최근의 시청 패턴을 감안하면 자기가 절반 이상 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체로 좋은 점수를 줬다고 가정하더라도 170만 명의 평가 결과(지상파)와 그 3분의 1을 조금 넘는 57만 명의 평가 결과(종편PP)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방송프로그램 평가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세우기가 힘든 것이 당연한 사실입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평가)이 개개인마다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KI 조사와 병행해서 '방송 채널 평가지수' 조사도 시행됩니다. 이 조사는 미리 만들어진 몇 가지의 평가지표를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각 방송사(채널)가 이 가치들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했는지를 5점 만점의 척도로 묻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평가지표(영역)은 모두 7개인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흥미성 ◆다양성 ◆창의성 ◆공정성 ◆공익성 ◆신뢰성 ◆유익성

이 평가기준에 따라 조사된 결과를 역시 조사 설계에 맞게 지상파 채널과 종합편성채널로 나눠서 보시겠습니다.
취파1
SBS는 방송채널 평가지수 조사에서 흥미성·다양성·창의성은 물론 공정성에서도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1위를 했습니다. SBS의 기자로서 SBS가 '공정성'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니 기쁘기도 하고, 다시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종합편성채널의 평가 지수 조사 결과입니다.


취파1KISDI는 다음과 같은 말로 보도자료를 마무리했습니다.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난립하고 있는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서, 시청자가 직접 평가하는 '방송프로그램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가 시청자 중심의 방송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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