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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내 두 손 자른 남편…피라미드의 비극

[월드리포트] 아내 두 손 자른 남편…피라미드의 비극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5.03.17 10:15 수정 2015.03.17 15: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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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부부에게도 여느 커플처럼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결혼한 부부는 두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충칭에서 공사장 일을 하던 남편이 사고로 직업을 잃고,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졌습니다.

다시 돈벌이를 찾다가 남편이 먼저 다단계 판매 회사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다단계 영업 관련 교육도 받았습니다. 사람 관리만 잘하면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자 남편은 아내에게도 다단계를 소개했습니다. 선배 조직원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현혹됐던 남편은 실제로 자기가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물건을 파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게다가 합법적이라고 장담하던 조직원들의 얘기와 달리 중국에서 다단계는 원천적으로 불법이라 엄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남편은 서둘러 조직을 빠져나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아내에게도 탈퇴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자기 혼자서라도 해보겠다고 버텼습니다. 화가 난 남편은 아내에게 역정도 내고 위협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다단계 회사가 주는 얼마간의 급여와 성과금을 받고 즐거워했고 거기서 만난 젊은 남자 조직원들과도 인터넷 채팅을 하며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몰래 그들과 오프라인에서 어울리는 날들도 늘어갔습니다. 급기야 아내는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찾아 나섰습니다. 아내가 충칭을 떠나 안휘성 허페이에 있는 다단계 회사로 갔다는 얘기를 듣자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허페이로 떠났습니다.       

허페이시에 허름한 월세 방을 얻은 남편은 수소문 끝에 지난 11일 아내를 찾아냈습니다. 아내를 억지로 끌고 와 방에 눌러 앉힌 남편은 재차 다단계를 그만 두고 함께 아이들이 있는 충징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완강했습니다. 이미 다단계 조직의 논리와 영업방식에 완전히 세뇌된 뒤였습니다. 오히려 남편에게 자기 앞길을 계속 방해할 생각이면 당장 이혼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성을 잃은 남편은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다짜고짜 아내의 두 손을 내리쳤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가운데 남편은 휘청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아내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의료진은 처참하게 절단된 양손을 6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접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내의 신고를 받은 공안은 근처를 배회하던 남편을 체포했습니다.  남편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중국 다단계지난 해 말 4조 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중국 도피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떠들썩했었습니다. 우리와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은 다단계 업종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다단계 엄금 방침에도 불구하고 음성적인 다단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매년 몇 건씩 천문학적 규모의 다단계 금융 사기 사건이 벌어져 중국 전역이 시끌시끌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게 몇 년 전 미녀 갑부 우잉 사건입니다. 가녀리고 청순한 미모의 여인이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려운 사기였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한 뒤 미용사 일을 하며 돈을 번 우잉은 25살 때 금융다단계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아름다움에 신뢰감 가는 언변까지 갖춘 우잉에게 사람들은 쉽게 빠져들었고 불과 몇 년 사이 우리 돈으로 7조 원 이상을 모았습니다. 모두 석 달 만에 원금을 두 배로 불려주겠다는 약속을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남의 돈으로 우잉은 호텔과 백화점, 유흥업소를 닥치는 대로 사들여 한때 중국 갑부 순위 68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잠적했다 붙잡힌 우잉은 2009년 사형을 선고 받으며 5년여 간의 신데렐라 놀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다단계워낙 다단계 관련 사업이 굴리는 돈이 큰데다 사업 방식이 사람이 매개가 되다보니 공권력 단속에 대한 저항도 간단치가 않습니다. 지난 1월 21일 허베이성 바저우시에서 대낮에 벌어진 육탄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안이 불법 다단계 조직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직원 1백여 명이 아지트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하나같이 힘깨나 쓰게 생긴 건장한 남성들로 손에는 돌맹이와 크고 작은 연장들이 들려 있었습니다. 출동한 공안의 해산 명령에도 굴하지 않고 대치하다가 결국 양측은 뒤엉켜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잠시 수세에 모렸던 공안 측이 대대적인 인력 보강을 통해 다단계 조직원들을 현장에서 대부분 체포하긴 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다단계 다단계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불법 피라미드식 다단계 사업의 피해자들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정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끔찍한 도박이나 마약의 덫에서 놓여나기 위해, 혹은 술, 담배를 끊기 위해, 심지어는 자기가 sns중독 같다며 농담 삼아 "손을 자르면 끝나려나!" 이런 넋두리를 합니다. 필사적으로 아내를,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남편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그 안타깝고 처절한 마음을 표출하고 말았습니다. 잔혹한 범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손은 다시 봉합됐지만 한때 누구보다 단란했던 부부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파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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