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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파트 샀는데 연립주택이라니

[취재파일] 아파트 샀는데 연립주택이라니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도시 생활속 공동주거 형태는 흔히 이 3가지입니다. 이런 주거 형태가 얼핏 다른 건물인 건 알겠는데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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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5층 이상의 주택을 말하고, 연립주택은 4층 이하의 주택이지만, 주택으로 쓰이는 건물 바닥면적이 660제곱미터가 넘는 건물, 다세대 주택은 4층 이하의 주택이고, 건물 바닥면적이 660제곱미터 이하인 건물을 말합니다.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외견상 비슷해보여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비해,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건물 층수만 봐도 대충 구분이 되죠.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 주택이 지어질 수 있는 땅의 종류도 다릅니다. 도시계획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거지역, 특히 일상생활을 하는 주택이 밀집해 있는 일반주거지역은 1, 2, 3종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교통혼잡, 주차문제 등을 고려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땅에는 4층 이하의 공동주택만 지을 수 있습니다. 즉 일반주거지역이라고 해도 1종 지역엔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만 지을 수 있고, 고층의 아파트는 2종이나 3종 일반주거지역에만 지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과의 법적인 구분이 이렇다는 얘기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어떻게 다를까요? 생활 편의시설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아파트 거주를 더 선호하고, 거래 선호도나 주택 시세 면에서도 연립주택보다 아파트가 더 높은 게 현실입니다.

감정평가사로 일하는 김진운씨 어머니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안에 있는 3-12블록, 기자촌 11단지안 전용면적 84제곱미터형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할 상황이 됐는데,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에 자신의 아파트가 연립주택으로 등재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다른 입주민들은 대출을 받으려다 은행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아파트 매입 잔금을 갚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대출 금리와 대출 한도가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 기준을 적용한다는 은행측의 얘기를 듣고 당연히 아파트로 알았던 자신의 아파트가 연립주택으로 등기된 사실을 알게 된거죠.
아파트 샀는데 연립
이렇게 아파트인 줄 알았는데, 법적으로는 연립인 아파트는 140여 세대였습니다. 전체 이 단지 안의 가구수가 426가구이니까 3분의 1쯤되는 숫자입니다.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3-12블록은 총  426세대로 구성됐는데, 고층(15층) 건물 5동과 저층(4층부터 6층) 건물 5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체 단지가 오르막 언덕에 조성돼 있었는데, 단지 입구쪽인 낮은 지역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세워져 있었고, 오르막 길을 올라갈 수록 저층(연립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동 번호도 1101동부터 1110동으로 연달아 매겨져 있었고, 단지 안 공동 편의시설도 1110동 쪽에 꽤 있던 것 같았습니다. 전체 426세대 모두 분양됐고, 작년 12월말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아직 입주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세대도 꽤 있었습니다.

문제의 '연립 아파트'는 바로 저층 건물 5개동 즉, 1106동부터 1110동까지였습니다. 이 저층  건물의 층수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기준으로 하면 1106동,1108동,1110동이 4층이었고, 1107동과 11009동은  제 눈에 보이기는 6층 건물이었습니다. 복층으로 구성된 테라스층 위에 일반 4개층이 올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층 '연립' 아파트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 세대별 분양가와 지분율 산정을 할 때도, 모든 동이 동일하게, 즉 고층, 저층 상관없이 동등한 비율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분양사인 SH공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을 보더라도 고층, 저층 건물 할 것 없이 모든 동이 아파트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한 단지로 조성된 이 곳의 토지의 종류가 다르다는 거죠. 확인해보니 단지 전체 면적의 절반이 1종 일반주거지역, 나머지 절반은 2종 주거지역이었습니다. 애초부터 이 단지의 절반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1종 주거지였습니다.

저층 '연립 아파트'1106동부터 1110동이 세워진 그 땅이 바로 1종 지역이었습니다. 단지내 1종 일반주거지역에 세워진 건물은 아파트로 사용승인 또는 등기가 날 수가 없는 것이였죠. SH공사는  물론 사업계획을 처음 세울때부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서로 다른 종류의 땅을 한 단지로 묶어 아파트 단지 분양을 강행한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서로 종류가 다른 땅으로, 특히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으로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경우는 유례를 찾을 수가 없다고 SH공사 관계자 스스로도 난감해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담당자가 바뀌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발뺌을 하다가 추궁에 추궁을 거듭한 끝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대단지의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계획을 한 것으로 안다" 단지를 넓게 조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인데요. 누구에게 유리하다는 말인가요? SH공사 입장에선 팔 물건이 많아지면 당연히 유리할텐데, 입주민 입장에서도 유리한 점이 딱히 있을까요?

'연립 아파트' 입주민들이 분노하는 점은 SH공사가 자신들을 속였다는 겁니다. 분양 당시 분양공고 어디에도 연립주택이라는 말은 없었다는 겁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은 "연립주택인 줄 알았다면, 누가 아파트 분양가로 계약을 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오히려 분양공고를 샅샅이 뒤지며 아파트로 비쳐지는 문구를 찾아내 취재진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SH공사측은 분양공고문에 '분양주택'으로 광고했다고 해명합니다. 아파트면 아파트, 연립주택이면 연립주택이지, 분양주택은 뭔가요? 정말 눈속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이런 중요한 상황을 이렇게 눈속임으로 팔 수 있는건가요?

'연립 아파트'(아파트로 알았지만 연립주택으로 등기된 주거지) 입주민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자신들은 명백히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등기 내용도 연립에서 아파트로 바꿔달라는 겁니다. 아파트와 연립의 현실적인 선호도에 따라 자신들의 재사권을 침해당한 부분과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겁니다

SH공사측도 입주민들의 이런 요구에 대해 딱히 할말은 없어 보입니다. 취재진에게도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애초부터 아파트가 지어질 수 없는 1종 일반주거지역에 세워진 건물을 아파트로 등기를 바꾼다면 명백히 법규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법규 위반이기에 앞서 건축물 사용 승인기관인 은평구청의 입장이 단호합니다. 바꿔 줄 수 없다는 거죠.

첫 단추를 잘못 낀 SH공사는 지금 문제 해결도 못하고 헤메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양도 눈속임으로 하더니, 들킨 뒤 뒷처리도 나몰라라 수준입니다. 이래서야 누가 SH공사 이름을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겠습니까?

▶ 연립으로 등기된 아파트? 황당 눈속임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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