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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자스민 의원이 왜?…한국판 이민법 논란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14.12.05 11:50 수정 2014.12.05 14:49 조회 재생수63,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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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자스민 의원이 왜?…한국판 이민법 논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에 최근 "이자스민의 xx 법"(비속어는 xx 처리했습니다)란 글이 올라왔습니다.

필리핀계 한국인 이자스민 의원이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입니다. 불법체류자 자녀들에게 교육, 육아,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법안이라고 작성자는 주장합니다. 불법체류 아동이 한국 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가족 모두 강제추방을 면제해주는 법안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게시물 작성자는 불법체류자들은 납세와 병역 등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이 제공받는 복지 비용을 한국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로 인해 한국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나라로부터 불법적으로 이민오는 숫자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법안 반대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합니다.이자스민 이민법 2
1. 이자스민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나?

사실 관계부터 살펴봤습니다. [오늘의 유머] 게시글이 말하는 법안은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입니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서 발의자 명단을 확인해봤습니다. 대표 발의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고, 발의에 동참한 다른 9명의 의원 모두 새정치연합 의원들입니다. 새누리당 소속인 이자스민 의원의 이름은 없습니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유머] 게시물은 제목부터 틀렸습니다.

아동복지법 개정안 의안정보 바로가기


2.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 이민자가 늘어날까?

대표발의한 정청래 의원은 법안이 통과돼도 불법체류자가 아이 때문에 강제추방을 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상 초·중학교에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은 일정기간 강제 출국을 유예할 수 있지만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낸 법안은 강제추방 유예 기간을 늘이거나 강제추방을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지 않다고 정 의원은 말했습니다. 이 법안이 도입돼면 불법체류자들이 강제추방을 면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3. 그렇다면 법안엔 어떤 내용이?

법안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주아동을 [의료급여법]에 따른 수급권자로 보아 이주아동도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함
- 이주아동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이주아동이 외국에서 교육을 이수한 경우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
- 이주아동 중 보호대상아동에 해당하는 아도잉 있는 경우 보호조치(아동복지시설 입소, 보호자에 대한 상담지도 등)를 받을 수 있도록 함
-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주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시설 또는 단체에 사회적응교육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함


4. 불법체류자 자녀 복지 비용을 왜 우리 국민이?

비판의 핵심은 우리 국민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불법체류자 자녀를 위한 복지 비용을 왜 우리 국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비판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주장"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1991년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비준했기 때문애, 우리나라 역시 부모의 신분에 상관 없이 아동의 체류권, 교육권, 보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만 명으로 추정되는 무국적·미등록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이 법안을 냈다고 정 의원은 설명했습니다.

정 의원은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아동이 가지고 있는 천부인권은 있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자녀라고 교육도 받지 말고 치료도 받지 말아라, 그거는 비인권적이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자는 차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자스민
5. 이자스민 의원 측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자스민 의원실 관계자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건 아니라고 확인해줬습니다. 다만 정청래 의원 법안의 취지는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자스민 의원은 대신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청래 의원 법안이 이미 존재하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교육과 건강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은 이주아동이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새로 만드는 법안(제정법)이라고 의원실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주아동이 어떤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준비 중'이라고만 답했습니다다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의 강제 추방을 면제해주도록 하는 방안은 준비 중인 법안에도 담겨 있지 않다고 이자스민 의원실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는데, 발의자로 지목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의원님은 이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면서 다문화 가족의 상징이 돼버린만큼, 감당해야할 몫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6.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불법체류자 관련 법안은 요즘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5년 이상 체류한 부모는 자녀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있으면 강제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입니다. 전과가 없으면 3년 동안 미국에 머물며 취업 허가증도 신청할 수 있고, 2010년 이전에 미국에 온 미성년자에게는 임시 영주권이 주어집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없어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이민개혁방안을 밀어붙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공화당은 의회를 무시한 제왕적 행태라고 반발하며 예산을 차단해 연방정부 업무를 정지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속지주의(부모가 누구냐가 아니라,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함)를 택하고 있는 미국이라 불법체류자 자녀에 대한 권리 보장 문제는 큰 쟁점이 아닙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합당하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구도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7. 불법체류자 아동의 권리 보장, 어디까지가 합당할까?

불법체류자와 그 가족에 대해 우리 국민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생각입니다. 그 경계가 어디인지는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토론해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하지도 않은 국회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지목해 욕설을 퍼붓는 행위엔 인종주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 건전한 토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불법체류자 문제에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는 분명하지만, 인종주의와 거짓선동은 배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