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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보야! 문제는 저출산이야"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국민연금을 '사람'에 투자하자는 어떤 아이디어에 대하여

하현종 기자 mesonit@sbs.co.kr

작성 2014.11.20 09:39 수정 2014.11.20 16:15 조회 재생수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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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바보야! 문제는 저출산이야"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스크롤 압박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대한 아주 약한 스포일러도 포함돼 있습니다)

●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 그저 제2의 허경영일 뿐인걸까?

최근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정책이 한바탕 논란을 몰고왔습니다. 복지 포퓰리즘이다, 허경영 전 대선후보와 같은 뜬구름 정책이다 말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30조원이 넘게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지 또 분명한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 지 명확하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해당 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 이전에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신혼부부 임대주택이란 아이디어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과 이제껏 주식과 부동산 등에 집중 투자돼 왔던 ‘국민연금 기금'의 또 다른 활용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덩치가 너무 커서 슬픈 그것…국민연금 기금

현재 1년에 국민연금은 40조 안팎이 걷힙니다. 이 가운데 10조원 정도가 연금으로 지출되고 나머지 30조원 정도는 기금으로 적립되고 있습니다. 후 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자는 현 세대의 기여 입니다. 이런식으로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약 451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 나라 1년 예산과 비슷한 규모의 엄청난 액수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22년에 1000조를 넘어서고 오는 2043년에는 무려 200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불어나던 기금은 2043년을 정점으로 급속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바로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3년부터 쪼그라들어서 2060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실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연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규모 기금을 쌓아두는 방식의 노후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 일본 밖에 없습니다. 대다수 선진국은 기금을 쌓지 않는 이른바 ‘부과식' 연금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금 소진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는 기본적으로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 연금 보험료 즉 돈을 더 내도록 하는 방안
2. 연금 수령액을 낮추는 방안 즉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는 방안
3. 연금 수령시기를 더 늦추는 방안

자, 그런데 이런 방식들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돈을 더 내라고 하자니 국민들의 강한 반대가 우려됩니다. 선뜻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는 이겁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몇 차례의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떨어지도록 돼 있습니다. 즉 노후를 보장하기에는 연금 수령액이 너무 적은 겁니다.

그래서 용돈 연금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이죠. 여기서 수령액을 더 줄이면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현재 65세인 연금 수령 시기를 더 늦추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현재 통상적인 은퇴 시기가 55세에서 60세 사이이기에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65세까지 최소 5년에서 10년을 마치 보릿고개 넘듯 힘들게 버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국민연금관리공단 캡● 국민연금 기금고갈…투자 수익률 향상이 답이 될수 있을까?

그래서 나오는 논리가 바로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민연금 기금의 약 40%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채권 등에 분산 투자되고 있습니다. 그 막대한 돈을 그냥 놀리면 큰 손해니까요. 기금 운용에서 연 평균 약 6%의 수익이 납니다.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가 2-3% 정도인것과 비교해보면 꽤 운용을 잘 하고 있는겁니다. 수익률이 높으면 높을 수록 당연히 기금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연금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릅니다. 고수익을 내려면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큰 수익이 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이 날 가능성도 높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큰 손실 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지만 금융 투자란 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투자 수익률을 높여서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6%가 아니라 10% 20%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줘야 가능합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겠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기금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450조원입니다. 우리 나라 주식 시장 즉 KOSPI 시가총액이 약 1200조원이고 국내 총생산 즉 GDP가 약 1400조원입니다. 감이 오십니까? 국민연금 기금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나라 상장 기업의 1/3을 사버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기업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금이 너무 큰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나중에 다시 유동화 즉 보유 주식이나 부동산을 현금화할때도 엄청난 시장 충격이 예상됩니다. 막대한 양의 주식이나 부동산을 시장에 내다 팔면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보유 자산 유동화 시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까지 가세한다면 국민연금 기금은 자산을 제값에 팔기는 커녕 순식간에 깡통을 차게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문제인데 이 금액이 1천조, 2천조까지 불어난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현재 우리 나라 GDP는 1400조원입니다. 기금이 유가증권시장 총액이나 GDP만큼 커져버리면 1%의 투자 수익을 올린다는 건 사실상 경제성장률을 1% 끌어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 되버립니다. 시장왜곡이 심해질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을 ‘연못 속의 고래'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래가 조금만 꼬리를 흔들어도 연못은 금새 흙탕물로 변해버립니다.

● 국민연금 기금 활용에 관한 또 다른 아이디어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이 없는 걸까요? KAIST 산업공학과 김우창 교수가 도발적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SBS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수를 다녀오면서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담겨있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 기금을 '사람'에 투자해보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김우창 교수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금융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최근까지 헤지펀드 업계 즉 최첨단 금융 산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돌아와 현재 KAIST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금융 및 재정 최적화 전문가로서 김 교수는 국민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해봤다고 합니다. 금융 투자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어떤 상품에 투자를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을까 등등. 하지만 금융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금융 투자 방식으로는 어떻게 하더라도 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금융공학자이자 헤지펀드 업계 경력자가 말하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그렇다면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은 근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열심히 일 해서 연금 보험료를 낼 젊은이는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아야 하는 노년층은 늘어나니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출산율이 충분히 높아지면 연금 고갈은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재정 및 투자 전문가인 김 교수는 발상을 바꿔봤다고 합니다.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을 넓혀보면 어떨까? 주식이나 부동산 뿐 아니라 사람 즉 출산율에 ‘투자' 해 효과를 거둔다면 연금 고갈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금융공학자로서 계산을 해본 결과 (기본적인 전제와 가정은 복지부가 5년에 1번씩 발표하는 장기재정추계의 수치를 그대로 인용 하였습니다) 이런 결론을 얻게 됩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약 2.4% 를 출산지원, 보육, 공교육등 저출산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서 현재 1.3명에 그치는 우리 나라의 출산율을 2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연금 고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출산율이 높아지면 젊은 근로인구가 늘어나고 그래서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연금이 고갈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2.4%는 현재 국민연금 기금이 450조원이니까 약 10조원에 해당됩니다. 액수로는 크지만 총액 대비 비율로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닙니다.)

김우창 교수 연구
<김우창 교수가 계산한 재정 추계 그래프입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저...문과 출신입니다.>

김 교수의 연구는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재정 수리적으로 따져보면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지 실제로 10조원을 투자하면 출산율이 2명으로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소 고승연 박사가 유럽의 저출산 극복 사례를 연구한 보고서를 보면 의미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우리나라 인구 캡쳐● '사람'에 대한 투자와 출산율의 상관관계

대부분의 선진국은 출산율이 2명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2명이면 현재 인구가 유지됩니다. 2명 이상이면 인구가 증가하고 그 이하면 인구가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의 경우 90년대에 출산율이 1.5명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나라들은 이때부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일가정 양립, 보육, 공교육 등 출산율과 연관된 분야에 집중 투자 하기 시작합니다. 이들 나라는 GDP의 3.4% 안팎을 저출산 관련 분야에 꾸준히 투자했고 그 결과 최근 합계 출산율 2명을 달성하는데 모두 성공했습니다. 고승연 박사는 이런 유럽의 사례를 두고 저출산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질 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뚜렷한 경향성이 발견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저출산에 투자하면 출산율은 올라갈 여지가 매우 크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저출산 분야 투자는 GDP의 0.8%에 불과합니다.

● 출산율 투자에 왜 국민연금 기금을?

재정 투자가 늘면 저출산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빠듯한 예산에서 저출산 분야에 대해서만 규모를 늘리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담뱃값이나 부가세등 쥐어짜기식 증세가 아닌 법인세와 소득세등 진짜 증세를 통해 국가 재정을 넉넉하게 확보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증세 논의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쪽 곳간에 쌓여있는 국민연금을 저출산에 활용해보는 것은 어쩌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이 낸 돈입니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그건 연금 가입자 즉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낸 돈을 잘 활용해 결국 국민들이 득을 보는 일이라면 투자의 정당성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국민연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고 활용할 지는 정부, 시민사회단체, 가입자 (즉 국민) 대표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가 결정합니다. 국민들의 합의와 동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 대상을 넓힐 수 있습니다.

● 저출산 위기…지금 필요한 것은 혁신적 상상력!

저출산 문제는 피부로 잘 와닿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막연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출산율이 지금 처럼 1.3명 수준에 그친 상태로 십수년이 지난다면 내수 시장은 더 쪼그라들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더 폭락하게 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연금의 지속 가능성의 훼손됩니다. 인구가 완만하게 증가하거나 최소한 유지 돼야 경제도 성장 여력이 생깁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한 사회의 사회 구성원들이 재생산을 포기한다는 것이고 이 말은 결국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손 놓고 수수방관할 일이 아닙니다. 최근 장안의 화제인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 머나먼 별을 찾아 우주 곳곳을 헤맵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시도를 해보는 거죠. 인류가 옮겨갈 별을 찾아내는 일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은  해결책이라면 한번 시도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신혼부부 임대 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런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최소한 복지 포퓰리즘이란 비난만큼은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뭐든 해보자는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 보다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저출산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태도가 어쩌면 더 허황스럽습니다.

故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을 때도 비판과 우려가 많았습니다. 우리 나라 경제 규모에 그런 고속도로가 웬말이냐 허황된 정책 아니냐 효과가 불분명하다 등등의 얘기들이었습니다. 당시에 우리 나라 전체 자동차 숫자가 12만대에 불과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전과 상상력을 토대로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해놓고 보니 결과적으로 우리 나라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합니다. 돌파구는 대개 거대한 발상의 전환에서 나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전환을 위해 이제 사회적인 논의와 협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인구’는 소중하니까요.

<석줄 요약>
1. 국민연금 기금은 2060년도에 고갈된다
2. 현재와 같은 금융 투자 만으로는 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다
3. 국민연금 기금을 ‘사람'에 투자해서 출산율을 높이면 기금 고갈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발상의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 KAIST 김우창 교수 보고서
초고령화 사회 하에서 지속가능한 국가 성장을 위한 새로운 공적연금 운용방식 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