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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통법 혼란의 열흘, 미래부 장관은 어디에?

[취재파일] 단통법 혼란의 열흘, 미래부 장관은 어디에?

정책의 '골든타임'에 사라진 주무 장관

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작성 2014.10.10 13: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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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단통법 혼란의 열흘, 미래부 장관은 어디에?
단통법이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단통법 시행 전 취재파일( 바로가기:'스마트폰 보조금 30만원', 무슨 근거로 정했나)을 통해 걱정했던 일들이 그 사이 하나 둘 현실로 바뀌었습니다.

저가 요금제 사용자들은 '통신사에 도움이 안 되는 고객들'이라 보조금이 확 깎였고,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도 '어차피 최신 전화기를 쓸 사람들'이란 점이 간파 돼서 함께 보조금이 깎였습니다. 구형 전화기도 사기 어렵습니다. 거의 공짜로 팔렸던 구형 전화기들이 어느새 새 전화기와 같은 비싼 가격표로 갈아 입어습니다.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 국민들이, 그 스마트폰을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에 사야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난 겁니다.

처음 든 생각은 '통신사들이 정말 전화기 팔 생각이 없구나'였습니다. 사실 통신사 입장에선 전화기를 안 파는게 오히려 낫습니다. 갤럭시 S1을 쓰든 S5를 쓰든 어차피 요금은 내게 마련입니다. 보조금 안 주고 오래오래 한 전화를 쓰도록 만드는게 오히려 이득이죠. 지금 상황에선 국민들이 전화기를 사도 손해고, 안 사도 손햅니다. 통신사들이 그래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보조금을 짜게 매긴 겁니다.
단통법 보조금 관련그렇게 보조금을 아껴서 통신사들이 얼마나 돈을 더 벌게 될지 계산한 보고서도 새로 나왔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계산해봤더니 올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2조 3,367억원인데, 내년에는 4조 7,271억원을 벌게 될 전망입니다. 무려 두배를, 2조 4천억원을 더 벌게 됩니다.

그런데도 통신사는 앓는 소리를 합니다. 마케팅 비용이 별로 안 줄어든 답니다. 그래서 요금을 내릴 여력이 없답니다. 그러면서 만지작 하는 카드가 전화 무료 통화량을 늘려주겠다는 정돕니다. 중국 고사에 나오던 '조삼모사'를 2014년 대한민국에서 실사판으로 보는 느낌입니다.

정부도 여전히 이대로 밀고 가고 싶어 하는 눈칩니다. "요금제와 출고가에 변화가 필요하다" 같은 하나마나 한 말만 내놓고 있습니다. 정책은 맞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법을 시행하기 전에 요금제와 출고가를 내릴 대책을 내놨어야죠. 시행부터 해놓고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립서비스란 느낌 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루 아침에 광역버스 입석을 막아서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놓고 나서 대책을 세우겠다던 공무원들과 쌍둥이처럼 보일 정돕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런 말이라도 하는 공무원들은 낫습니다. 지난 열흘간 시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책임자는 아예 소리 없이 사라져 보이질 않습니다. 바로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입니다.
단통법 최양희2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단통법을 방통위와 함께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요금제를 내릴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부처입니다. 단말기를 중간에 잃어버리거나 해지할 경우, 통신사가 처음에 줬던 보조금을 모두 반납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도 승인해 준 바로 그 부처입니다.

그런데 방통위원장이 휴대폰 판매 상인들을 만나고 기자들을 만나 해명할 동안 - 그렇다고 혼란은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지만 - 미래부 장관은 열흘 째 국민 앞에 나타나질 않습니다. 앞장서서 만든 정책인 만큼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비판 받아야 할 부분은 받아야 할텐데, 이 '골든타임'에, 잠자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추천하는 2014년 단통법용 단말기?지금 국민들은 경제 교과서에서만 보던 '독과점 업체들의 담합'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소비자가 어떤 피해를 입는지 몸으로 체득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친절히 알려준대로, 스마트폰은 국산이 비싸면 중국산이나 중고폰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는 외국 통신사를 쓸 수 없죠. 하나를 더 허가를 해주던가요. 지금은 단 세 곳 중에 하나를 골라써야 하는 고약한 처지라, 이런 일을 그냥 당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제 공은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에게 넘어갔습니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 국회가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입니다. 2백 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대부분이 이렇게 복잡한 사정을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당 야당 모두, 상황을 보고 재입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이 국감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이 짚을 부분은 따끔하게 짚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단통법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미래부 장관도 그 자리에선 입장을 밝히게 되겠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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