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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76장 법인카드로 96억 원 사용…당시 수사는?

[취재파일] 76장 법인카드로 96억 원 사용…당시 수사는?
회사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법인카드 76장으로 약 96억 원을 사용한 재벌 3세가 있다. 효성그룹의 조현준 사장이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이다. 기간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6년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조 사장은 1년에 평균 16억 원을 법인카드로 쓴 것이다. 대기업의 사장으로서 업무상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용 내역을 보면 이게 과연 업무용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호화 쇼핑, 제 3자 사용 의혹

많은 기업들이 시무식을 갖는 2012년 1월 2일 월요일. 조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도 시작된다. 12시 35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14만 8천 원. 이어 오후 2시부터 결제장소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으로 바뀌어 약 2시간 동안 2천600만 원이 결제된다. 이후 루이비통에서 832만 원, 한의원 120만 원 등 이날 조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금액은 3천700만 원이 넘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 달에 3~5일 정도는 일일 사용액이 1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이 됐다. 사용처는 주로 백화점, 명품, 식당 등이었다.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쪼개기 결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1년 11월 3일 뉴욕의 '존 바바토스' 매장에서 740만 원이 5장의 카드로 나눠 결제되는 식이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비슷한 시각에 서로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결제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2년 4월7일 새벽 강남의 클럽에서 240만 원이 계산됐는데 3시간 뒤쯤 미국 캘리포니아 호텔에서 320만 원이 결제되는 식이다. 조 사장 명의의 법인카드를 제3자가 쓴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정황이다.

효성 측은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서 대외활동이 많아져 카드 사용 금액이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물병원과 미장원, 필라테스 등에서 사용한 수 백만 원의 결제금액은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 검찰수사, 제대로 됐나

검찰은 지난해 1월 조현준 사장에 대해 생활비 등의 용도로 사적으로 사용한 신용카드대금 16억 원을 (주)효성 법인 자금으로 결제한 혐의(특경법 횡령)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이 16억 원이 어떻게 계산돼 나온 액수인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은 보도자료만 발표했을 뿐,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2008년부터 2013년 9월까지 법인카드로 얼마를 썼고 횡령 금액은 얼마'라고 하지 않은 채 단순 횡령 금액만 기재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6년 동안 쓴 96억원 가운데 80억 원 상당은 횡령 혐의가 없는, 즉 회사 업무용으로 썼다는 것을 인정해 준 것이다.

검찰이 법인카드의 제 3자 사용 부분에 대해 수사를 어느 정도까지 벌였는지도 의문이다. 당시 수사에서 조 사장은 자신을 대신해 비서 등이 일부 사용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외에 제 3자가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 또한 주요한 수사 사안으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효성은 "직원 외에 제3자에게 카드를 대여해 준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국내, 국내와 국내, 해외와 해외에서 비슷한 시각에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결제가 수도 없이 반복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법인카드가 누군가에게 건너가 조 사장의 위치와는 별도로 결제가 되는 상황.

법조계에서는 카드를 누군가 받아썼다면 조 사장이 기소된 혐의인 횡령의 공범이 되거나 신분에 따라 배임수재, 뇌물죄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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