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① 청와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렇게 맞을 수밖에 없었을까?

윤창현 기자 chyun@sbs.co.kr

작성 2014.08.15 10:06 수정 2014.08.15 18: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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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① 청와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렇게 맞을 수밖에 없었을까?
거리의 교황, 빈자의 친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교황에 즉위한 지 1년여 만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은 인물이자 뉴스메이커로 온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교황의 온화하고 따스한 미소만 봐도 이유없이 눈물이 난다고 하시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공항에 내리자마자 만난 세월호 유족들, 특히 아이들을 구하려다 숨진 단원고 교사 고 남윤철 선생님의 부모님께서는 교황을 보자마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셨습니다. 그 분들께 여쭤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아마 가슴이 아프다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짧지만 마음이 담긴 교황의 말 한마디에 한국 사회의 그 수많은 권력자들과 사회지도층 누구로부터도 얻지 못했던 위안을 받으신 듯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난민 수천 명이 숨져간 람페두사 섬에서, 실업의 고통에 허덕이던 사르데니아에서, 분쟁의 참상속에 신음하던 팔레스타인에서도 기득권과 부를 독점한 사람들에겐 부패하고 비인간적인 체제와 이기심에 대한 날선 경고의 메시지를 거듭 보냈지만,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겐 늘 팔을 벌리고 품을 내줬던 교황 프란치스코의 모습은 그렇게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울공항까지 직접 영접을 나왔습니다. 다른 국가원수의 방한 때 통상 외교장관이나 차관급이 영접을 했던 의전의 전례에 비춰볼 때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교황 방한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알 법 합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오후 들어 열린 청와대 공식 환영식 행사를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작은 옷장 하나에 자기 몸 겨우 눕힐 정도의 세간살이로 소탈한 평생을 보낸 분 앞엔 초록빛 청와대 대정원을 가득 메운 의장대가 자리했습니다. 온갖 휘장과 총, 칼을 찬 군인들이 칼 같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사열을 하며 최고의 예우를 갖춰 교황 방한을 환영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평신도들을 만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날 때 한없이 따뜻했던,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교황의 표정은 국방색 현판 아래 청와대 대정원 연단에선 몹시 불편해 보였습니다. 로마에서 출발할 때 조차 환송식도 하지 말라고 했던 분이고, 교황이 된 뒤 자신의 생일엔 로마시내의 노숙자들을 생일상에 초대했던 분입니다. 일체의 격식과 권위를 배격하고 낮은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향했던 분 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휘장과 총, 그리고 물론 의장대 사열용이기는 하지만 칼을 찬 군인들을 동원한 예의가 얼마나 반가웠을지 의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고국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에 맞서 남몰래 저항해 온 분입니다. 교회가 침묵하고 있다는 비난 속에 지금의 교황, 베르골리오 신부는 자신의 신부복을 입혀 수배 중인 젊은이를 외국으로 탈출시키는 등 군사 정권의 폭압 속에 '베르골리오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여러 생명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삶은 살아오신 분을 맞이하는 예의의 형식이 과연 ‘의장대 사열’이어야 했을까요? 물론 청와대는 교황이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국빈이고, 국빈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다른 국가원수들처럼 의장대 사열과 공항의 예포 발사 같은 의전행사들을 준비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는 데 뭐가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손님을 맞는 기본 가운데 기본은 손님을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겠죠. 실제로 국제행사 때마다 외교부 의전팀은 국빈급 방한 대상자의 식성과 취향 등을 세세히 조사해 불편이 없도록 준비하느라 몇 달 전부터 밤을 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엔 교황을 환영한다는 청와대의 의전과 환영식은 형식에서는 최고의 수준과 예를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이 어떤 삶을 살고 지향해 왔는지, 그 분이 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친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뭔가 다른 방법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세월호 관련한 대목에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 대통령은 교황을 만나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정작 청와대는 유가족들의 의사가 반영된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유족들의 면담 요구를 뿌리쳤고,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이역만리서 날아온 교황은 그 바쁜 4박 5일의 일정을 쪼개 공항에서, 또 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그리고 광화문 시복식에도 그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지난 몇 개월동안 거리를 떠돌던 분들이 대통령을 만나 가슴을 털어놓은 것보다 이번 방한기간 동안 교황을  더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교황에 대한 최고의 예우는 의장대 사열 같은 화려한 의전과 형식이 아니라 소외되고 아파하는 자들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권력과 정치의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 [취재파일] ② 청와대는 프란치스코를 그렇게 맞아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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