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싸커] 20세기 후반을 지배했던 '6골의 벽'

월드컵 득점왕(골든슈)에 얽힌 징크스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작성 2014.05.28 14: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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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채널 SBS]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골잡이들이 총출동하는 월드컵에서 우승팀 못지 않게 득점왕 경쟁도 치열합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포르투갈의 호날두, 브라질의 네이마르, 우루과이의 수아레스 등이 오래 전부터 골든슈(득점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메시와 호날두는 유독 월드컵에서는 골과 별로 인연이 없었습니다. 메시는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6대0 승리)에서 넣은 한 골이 전부입니다.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전까지 7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하고 있습니다. 호날두는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는데,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이란전에서 페널티킥으로 한 골(2대0 승리),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북한전(7대0 승리)에서 한 골을 넣었습니다. 골을 넣은 상대팀으로 보나, 영양가 면으로 보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 월드컵 득점왕 '6골의 벽'

- 20세 후반 월드컵에서는 오랜 기간 '마의 6골'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부터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6개 대회 득점왕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6골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 월드컵 득점왕을 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1958년 프랑스의 쥐스틴 퐁텐느가 13골, 1970년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10골, 1966년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오가 9골로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당시에는 강팀과 약팀의 기량 차가 지금보다 훨씬 커서 대량 득점이 속출했고, 지금처럼 수비에서 압박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74년 7골로 득점왕에 오른 폴란드의 라토 이후 20년 넘게 6골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1978년 아르헨티나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마리오 켐페스의 6골이 징크스의 시작이었습니다. 1982년에는 이탈리아의 '간판 골잡이' 파울로 로시가 6골을 넣으며 조국을 44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려 놓았습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했던 로시는 브라질과 2라운드 마지막 경기 해트트릭, 폴란드와 준결승전 2골, 독일과 결승전 1골 등 막판 3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영영가 면에서는 만점 활약을 펼쳤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그라운드의 신사'로 유명한 잉글랜드의 게리 리네커가 역시 막판 3경기에서 6골을 몰아 넣으며 골든슈를 차지했습니다. 리네커의 활약에도 잉글랜드는 마라도나의 '신의 손' 골에 막혀 8강에서 멈춰섰습니다. 1990년에는 개최국 이탈리아의 '깜짝 스타' 살바토레 스킬라치가 6골을 기록했습니다. 대회 전까지 주전 공격수 잔루카 비알리에 밀려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스킬라치는 오스트리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지 3분 만에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로 승리를 안겨주며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후 기세를 몰아 잉글랜드와 3-4위전에서 페널티킥으로 6골째를 넣으며 득점왕과 MVP(골든볼)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러시아의 올레그 살렌코와 불가리아의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가 공동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살렌코는 6골 가운데 5골을 카메룬과 조별리그 한 경기에서 몰아넣었습니다. 살렌코가 기록한 한 경기 5골은 아직까지도 최다 기록으로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크로아티아의 다보르 수케르가 6골로 골든슈를 차지하며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조국을 3위로 이끌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축구영웅인 수케르는 현재 자국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호나우두_게티## 브라질 호나우두, 28년 만에 '6골 벽' 넘다!

- 이번 브라질 월드컵 홍보대사로 지난해 12월 조추첨식에 출연하기도 했던 호나우두는 월드컵 역사에 위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21세기 첫 월드컵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20세기 후반을 지배했던 '마의 6골' 벽을 드디어 넘어선 것입니다. 당시 독일과 결승전 전까지 그는 6골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당연히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은 그가 결승전에서 골을 추가해 6골 징크스를 깰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 대회 결승전은 월드컵 최다 출전국 1, 2위면서도 공교롭게 그 때까지 본선에서 한 번도 격돌하지 않았던 브라질과 독일의 첫 맞대결로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2분 호날두는 당시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던 독일 올리버 칸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1974년 라토 이후 28년 만에 6골을 넘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34분 또 한 번 골망을 흔들며 브라질에 통산 5번째 우승을 안겨줬고, 8골로 골든슈의 주인이 됐습니다. 상대팀 선수들의 집중 마크와 압박 수비를 이겨내고 이뤄낸 기록이어서 더 위대했습니다.

## 득점력 빈곤…이제는 '5골 벽'에 막히나?

- 호나우두 이후 득점왕들의 골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줄어들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독일의 '고공폭격기' 클로제가 5골로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무려 8명이 3골로 2위 그룹을 이뤘습니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토마스 뮐러(독일), 다비드 비야(스페인), 웨슬리 스네이데르(네덜란드),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등 4명이 5골을 넣었습니다. 이 가운데 어시스트 수에서 앞선 뮐러가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두 대회 연속으로 득점왕이 5골에 머물렀습니다. 2002년 이전의 6골에 비해서도 더 후퇴한 것입니다.
세계 축구 수준의 평준화, 압박 축구와 수비 전술의 발달, 스타 플레이어들에 대한 집중 견제 등으로 득점력 빈곤 현상은 큰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압박 축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해 수비 위주의 전술로 가장 재미 없었던 대회로 평가 받고 있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경기당 평균 득점은 2.2골이었습니다. 이후 1994년 2.7골, 1998년 2.7골로 잠시 올랐다가 2002년 2.5골, 2006년 2.3골, 2010년 2.3골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아직까지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의 2.2골이 최소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왕은 5골을 넘을 수 있을까요? 경기당 득점은 하락 추세를 이어갈까요? 아니면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요?   최희진 배너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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