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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자의 특권을 포기해서 죄송합니다"

[취재파일] "기자의 특권을 포기해서 죄송합니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4.05.09 11:27 수정 2014.05.09 13: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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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언론에 나오고 있는 것 다 거짓말입니다. 우리가 현장에 가 봤어요. 지금 구조 작업 안하고 있어요. 그런데 언론들은 전부 구조작업에 몇 십 명, 몇 백 명 투입됐다 그럽니다. 다 거짓말 이예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낮에는 헬기를 타고 현장 상황을 취재하러 사고 해역을 다녀오던 참이었습니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사고가 발생한지 7시간 이상이 지난 오후 4시 20분쯤이었습니다. 뱃머리 부분 일부만 수면위로 드러나 있었는데, 구조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니, 구조에 나선 인력이 너무도 없었습니다. 잔인할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밤늦게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도착해 실종자 가족들의 상황과 수색 상황을 중계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지금 심정이 어떤지를 물었습니다.

그 사이 구조작업을 총괄하고 있던 해경은 잠수요원을 수백 명 투입해 대대적인 구조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서 썼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후 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비판과 불신은 커져갔습니다. 체육관이나 팽목항에 묶여 있는 기자들과 달리 배를 타고, 헬기를 타고 구조현장을 직접 갔다 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진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에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어머니를 설득해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 나온 이야기가 앞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기자의 특권을 포기해서 죄송합니다

기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 무슨 일을 해야만 하는 직업인지도 모른 채 기자가 되었을 때 선배들에게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에게는 ‘질문’이라는 특권이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계속 묻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배웠습니다.

그 특권은 바빠서 세상일에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시민들을 대신해 돈 받고 일하는 기자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 특권은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와 같은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진도군 실내 체육관에서 저는 그 특권을 살리지 못 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4년 째하면서 후배들에게는 의심해라, 질문해라,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말이죠. 구조작업에 수백 명을 투입했다는 해경의 발표에 "현재 물속에 들어가서 구조하는 인원은 몇 명이냐? 실제 수중 수색 시간은 얼마냐? 지금 정확하게 무슨 작업을 하고 있냐?"를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상황 전달하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수치를 과장할리 없다는 얼토당토 않는 생각에서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체육관에 모인 대다수 다른 기자들도 그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덧없는 생각이지만, 만약 해경이 구조상황을 전할 때 그런 질문을 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질문을 통해 더딘 구조작업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이후 구조작업은 더 신속하게 진행됐을까? 구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면 정부당국자들이 더 신속하게 움직이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혹시 세월호에 남아 있던 생존자들이 무사히 구조되지는 않았을까?

"언론에서 구조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니 높으신 분들은 현재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신문이나 TV 보면서 구조 잘 되고 있구나 생각할 것 아니에요. 제발 현장 상황 잘 전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 작업을 직접 지휘하게 해 주세요."

저희 취재진을 직접 찾아와서 눈물로 호소하던 가족들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한없이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동거차도에 나와 이번 주 경찰서에 출근했습니다. 만나는 경찰들마다 이야기는 역시 세월호로 집중됐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시 폐부를 찔렀습니다.

"나는 우리 경찰 기자들이라면 제대로 소식 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우리가 하는 얘기는 항상 의심하면서 묻고 또 묻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수색 상황 소식은 제대로 전달 안 된 거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요즘 교복을 입은 학생들만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집니다. 그리고 마냥 미안합니다. 특히나 어른으로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더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사고 현장을 직접 눈으로 가장 먼저 봤지만, 구조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다만 미안하다는 말로만 머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왜 사고가 났는지, 구조작업이 왜 그렇게 더뎠는지, 그래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러지 못 했던 것은 아닌지, 누구의 책임인 지 묻고 또 묻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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