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선장과 항해사 등 승무원 3명이 구속된 가운데 사고 원인이 무리한 항로변경, 즉 변침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승선에서 하선때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의 도저히 이해 못할 행동이 상상을 초월한 인명피해를 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 내용과 구속된 선장, 항해사의 진술, 해양전문가의 의견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습니다.
승객 등 475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난 지 9시간여만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에 들어선 것은 16일 오전 8시42분.
운항 경력 13개월째, 입사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6)씨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거세게 내려오는 물살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소용돌이가 예사인 이 구간은 막 사리(15일)를 지난데다 썰물때와 맞물려 물살이 더 거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악명이 높은 맹골수도 항로에서 첫 조타지휘를 맡게 된 박씨는 조타수 조씨에게 방향전환을 지시했습니다. 이 곳은 병풍도를 오른쪽으로 끼고 제주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 이른바 변침점입니다.
조씨는 구속전 진술에서 "항해사 지휘에 따라 평소대로 조타륜을 돌렸다. 하지만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타륜이 유난히 빨리 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항로에서 보통 5도 안팎의 조타기 조정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5도 이상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이 대목에서 항해사와 조타수의 결정적 실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살이 거센 맹골수도에서 2∼3도 정도로 작은 각도로 전환하는 이른바 소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난안전심판원장은 오늘(19일) "뱃머리를 심하게 꺾는 과정에서 거센 물살 저항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며 "순간 배가 휘청거리고 복원되지 않자 당황해 조타기를 더 무리하게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에서 확인된 세월호 항적에도 8시45분 우현을 시도했으나 배는 계속 좌현으로 쏠렸습니다.
항해사와 조타수는 이를 잡기 위해 우현으로 끝까지 뱃머리를 돌렸으나 세월호는 9분만에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고 물살에 왔던 길로 밀렸습니다.
배가 좌현으로 밀리자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화물, 차량 등이 쏟아지면서 세월호는 더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승객들이 배가 기우뚱한 뒤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진술도 이를 뒷받침 하는 대목입니다.
해양 전문가들도 세월호가 외부 충격에 의해 침몰한 것이 아닌 만큼 선체에는 파공 흔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들의 공분을 산 것은 사고 전후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가 벌인 행적입니다.
수사결과 이씨는 맹골수도 항행을 박씨에게 맡기고 자신은 선실에서 푹 쉬고 있었습니다. 탈출 당시 입고 있는 반바지 차림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배가 기우뚱하자 당황한 채 조타실에 뛰어온 선장은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하다 수백여명의 승객들은 선실에 남긴 채 자신만 배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씨는 구속전 진술에서 '승객에게 대기하라'고 한 이유는 "조류가 빠르고, 수온도 차고, 주변에 인명 구조선이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했습니다.
서둘러 유보갑판 등으로 대피하라는 말만 했어도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