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선장과 일부 승무원이 승객구조를 팽개치고 서둘러 탈출했다는 학생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안산 단원고 A양은 사고 직후 우왕좌왕하는 사이 선장이 혼자 먼저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선장의 탈출 소식을 듣고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껴 맨발로 갑판으로 무작정 뛰어나가 공중의 헬기 사다리를 붙잡았다고 말했습니다.
단원고 학생 중 최초로 구조된 A양은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있는 선장을 목격하고 무책임한 선장 때문에 배에 갇힌 선생님과 친구들이 구조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분개했습니다.
A양은 사고 직전 뭔가에 부딪히듯 '쾅' 소리가 난 뒤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몇 초만에 배가 급격히 기울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어떻게 대피하라고 안내하지 않았다고 분해했습니다.
같은 학교 B양은 배가 갑작스럽게 기울어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졌을 때 아이들 사이에 선장이 혼자 탈출하고 없다는 이야기가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탈출은 생각도 못한 채 친구들과 방 안팎을 오가며 우왕좌왕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B양은 당시 학생들을 인솔하는 어른도 없었고 어떤 아저씨는 힘이 약한 여학생들을 손으로 밀치며 먼저 나가기까지 했다고 흥분했습니다.
4층 휴게실에서 친구 10여명과 있던 B양은 탈출과정에서 뼈가 골절돼 안산 고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C군은 조종실 같은 곳에서 선장인지 승무원인지로 보이는 사람이 사다리 타고 내려왔다며 그때 다른 승무원은 방송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C군은 자신은 4층 갑판에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나왔는데 방안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배가 순식간에 넘어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고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D군은 헬기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3층에서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열심히 밖으로 올라갔다며 그때 상황이 무척 안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쪽에서 어떤 아저씨가 살려달라며 욕을 해댔다며 그땐 왜 저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 상황을 알고 그런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해 여러모로 수사 중인 가운데 나온 학생들의 이런 증언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월호 탑승자 475명 가운데 71%인 339명이 단원고 수학여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