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도 이런 참변은 정말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말 그대로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피해를 당한 꼴입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일대가 깊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수학여행에 나섰던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한꺼번에 실종됐거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탑승자 475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과 교사는 전체의 71%인 339명, 이중 325명이 학생이다.
그러나 18일 오전 현재 고작 75명만 목숨을 건졌을 뿐 16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234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교주변은 깊은 정적 속에 휩싸였고 학교 앞 노점상부터 구멍가게 주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말을 아낀 채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학생 A(17)군의 실종소식을 들은 주인은 침통한 표정을 지은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하루 4시간씩 열심히 일하던 학생인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울먹였다.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말하기 싫다"며 끝내 고개를 돌렸다.
이번 침몰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지역은 학교가 있는 고잔동을 비롯해 인근 와동과 선부동이다.
수학여행에 나섰던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고잔동 109명, 와동 97명, 선부동 70명 등 85%가 이들 3개동에 사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교평준화가 첫 시행된 안산시는 단원구와 상록구로 나눠 학교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들 지역 학생들이 대부분 단원고로 입학했다.
이 지역은 지난 1980년대초 안산신도시가 건설될 당시 신축된 연립·다가구주택이 밀집된 대표적인 서민주거지역으로 대부분 70㎡ 이하 소형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본 고잔1동의 경우 9천100여가구, 2만3천여 주민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차생위계층, 소년소녀가장 등 각종 지원을 받는 주민이 3천500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근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동네 한 아주머니는 "온 동네가 초상이 났다. 마음이 너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학생 부모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울먹였다.
회사원 김택진(51)씨는 "어른들의 무책임 때문에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불귀의 객이 됐다"며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안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사 하동규(55)씨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잘 아는 분도 아들이 실종돼 돌아오지않고 있는데 이 먹먹한 가슴을 어떻게 달래야할지 뭐라 말해야 그분께 위로가 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봄꽃이 하나 둘 떨어진 지 오래지만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꽃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사납고 차가운 물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냉엄한 사실에 다들 목이 메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한편, 지난 16일 사고 이후 단원고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연일 실종된 가족과 선후배, 시민들이 찾아와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7일 저녁에는 단원고 학생과 졸업생, 인근 주민 등 500여명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촛불을 밝힌 채 "꼭 살아 돌아오라"며 침묵으로 간절한 소원을 빌기도 했다.
(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