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날 버린 엄마에게 "THANK YOU"?

[취재파일] 날 버린 엄마에게 "THANK YOU"?

페이스북 덕분에…27년 만에 모녀 재회

정유미 기자 yum4u@sbs.co.kr

작성 2014.03.30 07:29 수정 2014.03.31 00:25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날 버린 엄마에게 "THANK YOU"?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발견된 곳은 패스트푸드점 안에 있는 화장실이었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에 처음에는 "화장실 안에서 엄마가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있나보다" 생각했던 직원은 울음소리가 계속되자 가게 화장실 문을 열어봤고, 그 곳에서 빨간 스웨터에 싸인 여자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 옆에는 어떠한 메모도 남겨져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두고 간 여성이 갈색 곱슬머리로 2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는 직원의 기억 외에 아이 엄마를 찾을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없었습니다.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의료진은 아이가 발견됐을 당시 태어난 지 불과 3시간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986년 9월15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알렌타운의 버거킹 매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아이는 곧 화목한 가정으로 입양됐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14년이 됐습니다. 이제는 사랑스러운 세 아들의 엄마가 된 ‘버거킹 베이비’의 주인공, 캐서린 데프릴이 엄마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달 초 페이스북에 ‘엄마를 찾고 있다’는 내용의 메모를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엄마도 이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의 글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3만3천 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캐서린의 글을 퍼날랐고 캐서린의 사연은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그 때 그 버거킹 베이비가 자신을 두고 간 생물학적 엄마를 찾고 있다며 그녀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TV에 출연하게 된 캐서린. 왜 엄마를 찾느냐는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의 첫 질문에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엄마를 찾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엄마를 만나면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녀는 나
를 따뜻하고(warm) 마른(dry) 장소에 두고 갔잖아요. 저에겐 3명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고 지금 제 삶은 매우 훌륭해요…."

캐서린이 막힘없이 말을 이어가자 진행자 낸시가 말을 중단시키고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본인을 버리고 간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요?"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듯 목이 메이는 진행자가 겨우 묻자 캐서린은 웃으며 답했습니다. "네, 발견했을 당시 의료진은 저에게 제가 아주 건강했고 임신 기간 내내 잘 보살핀 상태였다고 했어요. 엄마가 저를 사랑했던 게 분명하다는 것이죠. 엄마는 매우 나쁜 상황에 놓여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저를 키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진행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를 만나면 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왜, 무엇이 두려워서 저를 거기에 놔뒀는지 일단 묻고 싶어요.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아이를 낳아봐서 알아요. 출산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엄마는 강한 여자였음이 분명해요."

물론 정말 안 좋은 상황이었겠지만, 그러니까 버렸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버린 엄마인데, 그 엄마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을까요. 자신의 출생, 또 자신을 낳아준 사람 ‘엄마’에 대한 궁금함은 어쩌면 본능과도 같기 때문에 그 엄마를 찾고 싶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고맙다니….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1. 그런 말 하지 않으면 진짜 엄마가 나타나지 않을까봐
2. 미국인 특유의 유머, 아니면 캐서린 본인의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 덕분(아님 천사표?)
3.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엄마에게서 자라는 것보단 남들 못지않게 자신을 키워준 가정에서 자라게 된 데 대한 안도감에서 나오는 고마움

처음에는 이런 이유 정도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생생영상] 버거킹
캐서린에 관한 8뉴스 기사를 쓰고 집에 가서도 계속 이 이해 안가는 캐서린에 대한 생각이 쉽게 떠나질 않았습니다. 정말 고마울까… 그녀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캐서린이 입양 사실을 안 것은 12살 때였습니다. 양부모는 입양 사실을 조심스럽게 전하며 그녀에게 1987년 당시 신문 스크랩을 함께 내밀었습니다. 한창 예민해질 나이에 패스트푸드점에 버려진 아이, 이 신문 속 '버거킹 베이비'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겁니다.

27살이 될 때까지 15년 동안 자신을 그 곳에 두고 간 얼굴 모르는 엄마에 대해 그녀는 아주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물론 분노나 원망이 컸겠죠. 하지만 그 감정이 시간과 양부모, 남편, 또 세 아이에게서 받는 사랑을 만나면서 많이 사그라졌던 것 같습니다. 또 자신이 아이를 낳아 진짜 엄마가 되어보니 자신을 두고 간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도 하게 됐을 겁니다.

당시 그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 지, 지금껏 자신이 얼마나 보고 싶고 또 궁금할 지, 이런 생각에 엄마에 대한 연민이나 안타까움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캐서린과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제가, 제 나름대로 캐서린의 마음을 시간을 두고 헤아려보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그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습니다.

캐서린의 엄마가 TV를 통해 자신을 찾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두 모녀는 재회했습니다. 27년 만에, 생애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두 모녀가 눈물로 감격의 포옹을 하는 모습이 궁금했지만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사연이 있다고 한들 그래도 자식을 버린 엄마가 TV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두 모녀의 만남을 주선한 변호사에 따르면 캐서린의 생모는 당시 17살이었고 해외여행 중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에게조차 알리지 못한 채 혼자 방에서 몰래 출산했고 아이를 그 곳에 두고 간 것이라고 합니다. 장소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을 택한 것은 그래도 그 곳이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곳인 만큼 아이가 빨리 발견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엄마는 말했습니다.

캐서린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를 만나자마자 뭐라고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고민한 걸 바탕으로 추정해보자면 그녀는 진심으로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