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공포의 '에볼라 바이러스'…대책은 '박쥐 먹지 마라'

[취재파일] 공포의 '에볼라 바이러스'…대책은 '박쥐 먹지 마라'

정유미 기자 yum4u@sbs.co.kr

작성 2014.03.29 08:52 수정 2014.03.29 10:3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공포의 에볼라 바이러스…대책은 박쥐 먹지 마라
1995년 개봉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는 ‘모타바 바이러스’란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등장합니다. 미국 군부가 비밀리에 개발한 생물학 무기인 이 바이러스에 한 마을 전체가 감염되자 군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마을을 아예 통째로 없애버리려 합니다. 이 ‘모타바 바이러스’는 실제 존재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린 상황을 그린 영화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소재는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에볼라 바이러스’입니다.

전염병 영화에서 두 차례나 소재로 등장한 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금 서부 아프리카 기니와 주변 나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기니 보건부는 에볼라 유행병이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제까지 6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직 에볼라 바이러스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니와 국경을 접한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에볼라는 1976년 ‘에볼라강’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인체 감염이 처음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에볼라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아직 에볼라란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에볼라가 그만큼 희귀한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1976년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대략 2200건 정도가 보고됐고 그 중 1500건은 치명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기니 이전에는 2012년 늦여름에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병 자체가 의료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산발적인 사례나 심지어 유행한 사례조차 보고되지 않고 지나갔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에볼라의 공포는 높은 치사율에서 비롯됩니다. 25~90%입니다. 출혈열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에볼라에 감염되면 이틀에서 21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극심한 고열과 두통, 근육통, 결막염 등을 일으키고 전반적으로 신체도 쇠약해지게 됩니다. 병세가 더 진행되면 구토와 설사, 때로는 발진이 생깁니다. 혈액을 통해 퍼져서 면역체계를 마비시키는데 인체가 바이러스의 침투를 즉각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장기에서 반응할 때쯤이면 대규모 출혈을 유발하는데 이미 손쓰기에 늦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에볼라는 감염된 사람의 소변이나 땀, 혈액, 모유, 또는 감염된 동물의 체액 접촉을 전염됩니다. 가족 한 명이 감염되면 나머지 가족이 걸릴 확률은 다른 어떤 바이러스보다 높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가족이 죽으면 시신을 씻기는 장례 전통이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경로가 되기도 합니다.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도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의료진이 겁에 질려 환자를 버리고 도망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무서운 에볼라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환자가 출혈을 보이면 이미 희망은 없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망률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의 접촉을 즉시 차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니 외딴 마을에서 발생한 에볼라를 보건 당국이 확인하고 이 환자를 격리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니 당국이 현재까지 낸 대책은 박쥐 요리의 판매와 취식을 금지하는 정도입니다. 기니 국민들이 별미로 즐기는 이 박쥐가 에볼라의 원천 감염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중앙아프리카와 서부아프리카 열대 산림에 서식하는 특정 박쥐종이 문제인데 이 박쥐는 체내에 에볼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어도 증상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보유한 박쥐의 배설물에 접촉하거나 이 박쥐에 물리면 에볼라에 감염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니 당국에만 기니 국민들의 생명을 맡기기에는 에볼라가 이미 많이 퍼진 상태입니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두 곳의 격리시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또 의심사례가 보고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예방 교육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명피해만이 발생하도록 더 많은 의료진과 인력, 물자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 정보는 에볼라 유행 현장에서 활동해온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열대질병 전문의 ‘에스더 스터크’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