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형편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병원비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의료 급여란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병원들이 돈 안 된다는 이유로 의료 급여 환자를 문전박대하고 있습니다. 큰 병원일수록 심합니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가 이런 병폐를 SBS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공공병원입니다.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배 모 씨는 여기에 오기까지 다른 병원에서 수차례 입원을 거부당했습니다.
[의료급여 환자 : 제가 피를 토하는데 (병원에서) 진료가 안 된다는데, 장비가 없어 다른 병원 가야 한다는데… 피가 나오는 걸 보면서도 (진료를 거부해요.)]
입원거부 이유는 의료급여 대상자였기 때문입니다.
의료급여 환자는 진료나 수술비가 얼마가 나오든 하루에 1~2천 원만 부담합니다.
대신, 건보공단이 60%, 자치단체가 30~40% 정도를 보전해줍니다.
하지만, 병원들은 이들 환자에겐 비싼 비급여 진료를 적용하기 어려워 수익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며 진료를 기피하는 겁니다.
[그런 소리는 종합병원에서 듣죠. 돈이 없다고 하면 보호자 2명 정도 세우라고 하죠. 보증인 세우라는 거랑 똑같죠.]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의료급여 환자를 거부하기 위해 진료 기록을 조작까지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대학병원 전공의 : 병실이 다 찼다고 얘기를 하거나 이런 식으로 둘러대서 퇴원을 시키게 되죠.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자가 의학적인 권고에 반해서 퇴원했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게 되는 거죠.]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해도, 병원 측은 늘 경제논리를 우선시했습니다.
[병원 경영자가 의사에게, 너희는 왜 병원 경영상 적자가 나는 데 이런 사람을 받느냐고… ]
이러다 보니 의료급여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환자를 잘 받아주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내몰린다는 겁니다.
[(그런 병원은) 최신 약을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가격 차이가 많이 나고. 만약 내 가족한테 약을 쓴다면 어떤 의사도 (싼 약을) 쓰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환자 거부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지만, 법에 어두운 환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의료 급여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면, 진정한 이유를 모르고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모르면서 코 베이는 거죠.]
병원들의 환자 거부를 더 부추기는 건 자치단체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의료급여비 지급을 늦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병원 측에 지급을 미룬 자치단체 의료급여비는 6천억 원이 넘습니다.
공공병원의 병상 비율도 10%까지 떨어지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김경일/서울 동부병원 원장 : 저소득층을 위한 중요한 의료기관이 없어지게, 그런데 대책이 없는 정부 정책이 공공의료에 대한 소홀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병원의 수익성 논리와 보건 당국의 무관심 속에 의료급여 환자 150만 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명구,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