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금이 '쩍'…지하철역 공사에 민가 쑥대밭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4.01.02 20:42 수정 2014.01.02 21: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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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통 한 달째인 수원의 한 지하철역 출입구 공사 때문에 80대 할머니가 홀로 사는 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몰렸습니다. 시공사가 임시방편으로 방 안에 파이프 수십 개를 설치해놨습니다. 사람이 살 수가 없겠죠. 할머니는 30년 정든 집을 떠나서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든 두 살 할머니가 홀로 사는 단독 주택입니다.

담장은 온데간데없고, 마당은 볼품없이 파헤쳐져 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이 손바닥이 들어갈 만큼 쩍쩍 갈라져 있습니다.

금이 간 곳도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이게 원래는 안 이랬던 거예요?) 그럼요. 저 바깥에도 저렇게 금이 갔잖아요.]

안방에 들어가니 더 가관입니다.

공사용 파이프 수십 개가 얼기설기 연결돼 있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강복/지하철역 공사 피해자 : 집이 무너지려고 그래서 (시공사가) 이걸 세워놓고 나를 원룸 조그만 곳에 내보내곤 여기 못 들어오게 하는 거예요.]

멀쩡했던 집이 이 꼴이 된 건 2007년 집 앞에서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공사가 진행되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6년이 지난 뒤, 집이 무너질 위기까지 처하자 지하철역 시공사가 방 안에 임시방편으로 지지대를 세워놓기에 이른 겁니다.

담장이 없어진 사연도 황당합니다.

할머니는 시공사 측이 이 집이 30년째 공유지를 침범했다면서 담을 허물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더니 마당 30㎝ 안으로 담장을 옮기고는 보행자 통로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얼마 뒤, 이번엔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야겠다며 쌓아놓은 담을 또 허물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설명이 됐던 거예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시공사 담당직원 : 원래 있던 자리로 쌓아줄 거예요. 공사 때문에 뒤로 담을 좀 밀었어요.]

시공사는 지난해 원룸을 구해서 할머니를 이주시켰고 할머니는 현재 폐지를 주워 팔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 방에서 TV 보면서 밥 먹던 시절이 그렇게 그리워서 슬피 울어요. 만날.]

할머니 가족이 최근 안전진단을 의뢰해 결과를 받았는데 현재 이 건물은 '인명피해가 우려돼 철거가 시급한' 최하위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시행사인 한국 철도 공단과 시공사는 4천 600만 원을 줄 테니 보수해서 계속 살라고 말합니다.

[김종수/철도시설공단 담당 부장 : 민원인은 건물 재건축을 요구해 (시공사와) 합의하지 못하고 있으며, 손해 배상금은 현재 민원인의 수용 거부로 법원에 공탁 중입니다.]

철도시설공단은 안전 진단을 다시 해보고 피해자 가족과 보상금 문제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경연, VJ : 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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