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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준이'와 '서연이'…미국에서는 '잭슨'과 '소피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기 이름은?

[취재파일] '민준이'와 '서연이'…미국에서는 '잭슨'과 '소피아'
지난 해 8월 저는 출산을 하고 시댁에서 일종의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 아기 이름을 지어오시겠다고 아침 일찍 집을 나가셨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부모님을 기다렸습니다. 시부모님께서 으레 아이 이름을 지어주실 것 같아 사실 임신 중에도 아이 이름에 대해 깊게 생각은 안해봤었지만 어쨌든 기대는 되더군요. 뭔가 남자답고 멋있고 세련되고 글로벌한 이름을 들고 오실 것 같았습니다.

몇 시간 뒤 시부모님께서 오셨고 저는 여전히 가볍지 않은 몸으로 현관문까지 달려나가 어머님께서 건네주신 화선지를 건네받았습니다. 작명소 선생님께서 정성스레 써주신 종이였죠. 우리 아기의 사주에 가장 좋은 이름은 두둥...규남이었습니다. 박규남? 흠...

제가 상상했던 세련, 글로벌과는 거리가 멀뿐 아니라 뭔가 외국 욕까지 연상되면서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이름은 광태와 기태. 박광태, 박기태, 아무리 불러보아도 개인적으로는 참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광태야, 기태야~ 뭔가 엄마인 제 이름도 유미가 아닌 영숙이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 반응과 달리 시부모님과 남편까지 규남이를 꽤 괜찮아했습니다. 아무래도 아기에게 그 이름이 가장 좋다는 작명소 선생님의 말을 굳건히 믿고 계신 듯 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 믿고 따라가려 해도 뭔가 내키지 않았습니다. 좀 까탈스러운 며느리, 부인이 될 지언정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긴 고민 끝에 이 모든 이름이 다 싫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작명소

난감해진 남편이 다시 시어머님과 태풍을 뚫고 작명소에 다녀왔고 그래서 가져온 이름이 지금 제 아들의 이름인 경률이었습니다. 경률이도 물론 제가 상상했던 세련 및 글로벌과는 거리가 멀지만, 거기에다도 제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좀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래, 운명이다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죠.

다들 아기 이름을 짓는 것과 관련한 추억이 있을 겁니다. 저의 이름은 부모님께서 그저 그 당시 소위 뜬 화장품 모델 중에 유미란 사람이 있어서 유미로 지었다고 하시더군요. 학교가서 놀림받지 않는 게 부모들이 아이 이름을 짓는 데 큰 기준인지라, 원래는 유리로 하려했는데 저의 오빠가 하도 유리창 하는 바람에
그냥 유미가 되었다는 얘기가 집에서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지요.

저의 이름은 당시로 따지면 상당히 트렌드에 부합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갔더니 저와 같은 학년에 유미는 저 말고도 항상 2-3명씩 더 있었고 심지어 교과서에도 제 이름이 항상 등장해서 저는 유미 파트는 항상 제가 맡는 (상대역은 주로 철수, 영수) 귀찮음도 겪어야 했습니다.

요새 트렌드에 맞는 이름은 뭘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민준'이와 '서연'이가 아기 이름으로 가장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죠.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기 이름은 뭘까요?이 얘기를 하기까지 서론이 꽤나 길었습니다.

미국의 임신육아사이트인 베이비센터가 올해 미국의 아기이름 순위를 공개했는데요. cnn이 이를 인용해 보도를 한 게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보도에 따르면 남자 아기 이름 1위는 잭슨이 차지했습니다. 아이덴과 리암, 루카스, 노아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자 아기 이름으로는 소피아가 1위에 올랐습니다. 엠마와 올리비아, 이사벨라, 미아가 그 다음으로 인기가 있었네요.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좀 줄었고 대신 고전적인 이름이 많이 등장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조사결과는 2013년에 태어난 50만명여의 아기들의 이름을 종합해서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베이비센터가 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가 자신이 감동받았던 사람들의 이름을 아이의 이름에 반영했다고 답했고 80%는 출산 이전에 아기 이름을 정했다고 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나머지 46%와 20%에 해당되겠죠.

요새 같은 시대에 영어 이름 하나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 20위까지 리스트를 참고로 올려봅니다.

정유미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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