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외계인은 왜 꼭 사람처럼 생겼어요?

'가짜 외계인'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

이상엽 기자

작성 2013.07.27 16:47 수정 2013.07.27 16: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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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뉴스 가운데는 그 발언자의 커다란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린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Edward Snowdon)이 그 주인공입니다. 스노든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구의 깊은 맨틀 안쪽에 거대한 지하도시가 있고, 그곳에 UFO를 탄 ‘초지구적 존재’(ultraterrestrials)가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만의 하나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뉴스이건만, 얼마 안 가 이 트윗은 일종의 ‘뻘짓’으로 치부돼 관심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왜 스노든이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트윗은 그간 그가 해 온 폭로의 진정성을 의심할 정도로 상식과 거리가 멀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트윗을 일소에 부치고 말았습니다.

외계인 개코원숭이 포털 사이트의 과학뉴스 코너에는 심심찮게 ‘외계인’ 뉴스가 올라옵니다. 지난 달 중국에서는 산둥성의 한 남성이 ‘감전사한 외계인 사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가 조사 결과 가짜로 들통 났고, 얼마 전에도 남아공에서 발견된 한 개코원숭이 사체를 놓고 ‘외계인’ 논란이 일었습니다. 잊을 만 하면 올라오는 것이 이 ‘외계인’류 기사의 특징입니다.

외계인 중국 그런데 이 외계인들, 꼭 약속이라도 한 듯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가느다란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어째서인지 좀 커다란 머리. 표정은 어딘지 기괴하고, 사람 같기는 한데 뭔가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왜 외계인들은 하나 같이 사람과 ‘비슷하게’ 생겨서 두 다리로 걸어다닐까요? 왜 우리는 연어나 고슴도치, 노무라입깃해파리나 트리케라톱스를 닮은 외계생명체는 한 번도 볼 수 없는 걸까요?

외계인은 왜 사지가 멀쩡한가?

 먼저 ‘외계인은 왜 사지가 멀쩡한가?’라는 질문을 해 봅니다. 쉽게 말해, 외계인이 우리처럼 꼭 팔 두 개, 다리 두 개를 갖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외계인들이 살던(것으로 설정되는) 수천~수만 광년 이상 떨어진 먼 행성은 지구와는 생활환경이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구의 중력가속도가 1인 반면 외계행성은 0.2일 수도 있고, 5일 수도 있습니다.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약 21%인 반면, 외계행성은 6%에 불과할 수도, 30%가 넘을 수도 있습니다. 물이 풍부한 행성일 수도, 또는 화성처럼 극지방 일부에만 아주 적은 물이 남아있는 행성일 수도 있습니다. 단세포 생물에 치명적인 산소 라디칼은 적은 대신 비소나 크롬이 많은 행성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들 행성에 생명체가 산다면, 그 신체적 특성 역시 이런 환경조건에 가장 잘 적응된 형태로 진화됐을 것입니다.

 따라서 외계생명체는 물고기처럼 생겼을 수도 있고, 커다란 날개를 가졌을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의 모습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세포구조가 아닌 다른 형태의 조합으로 이뤄졌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유전자라는 것이 존재하더라도, DNA나 RNA가 아닌 새로운 물질의 조합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일종의 암호표인 ‘코돈(codon)’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암호표를 공유하는데, 외계생명체는 어떨까요?

눈이 다섯 개인 외계인도 있을까

오파비니아 외계인의 눈이 다섯 개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의 동물들이 눈 두 개를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질문에는 당연히 ‘없다’라고 대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외계생명체의 입장에서는 두 개나, 다섯 개나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지구상에도 눈이 다섯 개나 달린 생명체가 바닷속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약 5억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던 ‘오파비니아(Opabinia)'라는 바다생물은 길쭉한 코와 함께 눈이 다섯 개나 달려있었고, 이 많은 눈을 이용해 해저에서 천적을 피해 다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캄브리아기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다양하고 특이한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여서 고생물학에서는 이 사건을 ‘캄브리아 폭발’로 부르기도 합니다. 오파비니아 역시 그 때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이지만, 발생학적 시각에서는 눈이 다섯 개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물고기처럼 일직선 형태의 생물들 가운데서 처음으로 네 다리를 갖춘 동물이 등장한 것이야말로 발생학적으로는 더 큰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이 ‘사지를 가진 동물’이라는 것은 어쩌면 지구에서만 극히 낮은 확률로 일어날 수 있었던 매우 특이한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꼬리가 없다는 건 외계인이 상상의 산물이란 증거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꼬리는 머리에서부터 쭉 이어져 온 척추뼈가 끝나는 부분입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이어지는 이 일직선이 이른바 ‘척추동물의 정통’이고, 얼핏 ‘정통’으로 보이는 두 다리는 사실 발생학적으로는 ‘부속’입니다.

 인간의 꼬리뼈가 퇴화해서 외관상으로는 보이지 않게 된 것은 긴 진화의 역사에 비춰보면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실제로 이족보행을 하는 극소수의 영장류들(예를 들면 고릴라, 침팬지)만 꼬리가 없습니다. 인간의 꼬리가 퇴화한 이유에는 몇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1)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꼬리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없어서
2) 개처럼 굳이 꼬리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없어서
3) 빨리 달리거나 앉고 누울 때 불편하기 때문에

 1번이 가장 유력한 학설이지만, 공통적인 이유는 ‘필요가 없어서’ 퇴화됐다는 점입니다. 영장류, 특히 인간은 직립보행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 허리디스크와 같은 고질병을 얻은 반면, 그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생명체는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습니다. 어떤 영장류의 후손이 꼬리가 퇴화되는 돌연변이를 겪었다면, 그 후손은 아무 쓸모없는 꼬리 대신 생존 경쟁에 그만큼의 에너지를 더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고, 그 후손들은 다른 동족보다 더 번창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족보행을 하는 모든 동물이 꼬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류나 긴꼬리원숭이는 꼬리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환경에 살기 때문에 지금도 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외계생명체가 지구와 비슷한 물리적-화학적 환경에서, 지금의 영장류와 매우 비슷한 기나긴 진화과정을 거쳐 오지 않았다면, 외계생명체에 꼬리가 없는 것이 오히려 논리적으로 이상합니다. 기껏 외계인을 사지가 멀쩡한 생명체로 그렸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꼬리는 왜 없는지 알 수 없습니다.

외계인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

 결론은 간단합니다. 앞으로 뉴스에서 ‘외계인’이라는 사진을 봤을 때, 사지가 멀쩡하고 꼬리가 없다면 그것이 외계인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앞발이 인간의 손처럼 생겼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봐도 좋습니다. 사람과 비슷할수록 그 외계생명체가 진짜일 가능성은 더 낮습니다. 만약 어느 날 정말로 외계생명체가 어딘가에서 발견된다면, 그 모습은 오파비니아와 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외계인의 머리가 크고 왠지 표정이 기괴한 것은 단지 그것이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신들과 닮은 형상을 떠올려내고는 경외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