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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랑재 출입금지…하이힐, 커피 때문에 안돼!

[취재파일] 사랑재 출입금지…하이힐, 커피 때문에 안돼!

41억 한옥...고위층 식사장소로 전락한 이유는?

이병희 기자 able@sbs.co.kr

작성 2013.05.28 09: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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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랑재 출입금지…하이힐, 커피 때문에 안돼!
국회의사당에는 고풍스런 한옥 건물이 한 채 있습니다. 국회 본청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편에 작은 동산이 있는데 지난 2011년 이 곳에 '사랑재'라고 이름 붙여진 전통 한옥이 지어졌습니다. 숭례문 복원을 주도한 우리나라 최고의 목수 신응수 대목장과 전통 옻칠 인간문화재 등 최고의 한옥 전문가 7명이 참여했고, 목재는 수령이 90년 이상된 강원도산 최고급 소나무만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렇다보니 총 공사비가 41억원이 들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참 잘 지었다' 생각이 드는 이 한옥은 과연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사랑재가 그간 어떻게 이용됐는지 국회사무처에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사랑재가 준공된 게 지난 2011년 5월이니까 딱 2년이 경과한 건데, 그동안 사랑재는 88번 사용됐습니다. (2011년-37건, 2012년-26건, 2013년-25건) 사용된 용도를 찾아봤는데 대부분은 주요 외빈들의 식사 장소로 사용됐습니다. 국회사무처는 사랑재는 국회 관리 내규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는데 그 내규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국회 내규에는 국회 한옥 '사랑재'의 5가지 사용목적이 적시돼 있습니다.

제3조 (사용목적) 국회 한옥(사랑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1. 국회의장 또는 국회부의장이 직접 주최하고 참여하는 공식 연회, 접견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2. 공식 의원외교활동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3. 교섭단체대표의원이 회담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4. 제1호 또는 제2호에 준하는 행사 또는 국회가 주관하는 공식행사로서 국회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5. 국회의원이 직접 주최 또는 주관하고 참여하는 문화예술 행사로서 국회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렇게 사용목적이 명확히 짜여 있다보니 정작 국회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은 사랑재 이용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사랑재는 주요 외빈들의 식사가 없는 날은 하루 종일 문이 꽁꽁 잠겨져 있습니다. 사랑재 양편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 팻말이 서 있고, 한 귀퉁이에는 CCTV가 촬영 중이라는 경고 문구까지 붙어 있습니다. 요즘 나들이철이다보니 국회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 등 매일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사랑재'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사랑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우연히 사랑재 건물을 발견하고 다가간 사람들도 주변에서 맴돌다가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사랑재 마당에서 여러 시민을 만나봤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전통 양식의 한옥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다는 분들,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 가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는 분들, 왜 이렇게 좋은 건물을 지어두고 방문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느냐는 분들...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한옥을 지어놓고 국민의 이용을 제한하는게 과연 맞는 거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랑재

이런 시민들의 생각을 국회사무처에 전하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었습니다. 사무처는 기본적으로 사랑재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사랑재는 보통의 건축물과는 달리 내외부가 목재로 만들어졌는데 많은 사람이 관람할 경우 건물 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사무처 관계자는 내부가 목재 바닥으로 돼 있는데 하이힐을 신고 여성 방문객이 들어올 경우 바닥 손상을 어떻게 할 것이며, 커피나 음료수라도 바닥에 쏟으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냐는 논리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문화재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일반인 관람을 허용하면 사랑재가 정말 훼손되는 걸까요? 답변은 정반대 였습니다. 집은 한옥이든 양옥이든 오히려 사람이 드나들어야 더 길이 잘 들고, 더 단단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경복궁의 경회루나 수정전 등 일부 문화재 건물에서는 이미 일반인들의 내부 관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조차 내부를 공개하는 마당에 21세기 더 좋은 기술로 지은 집에 사람이 들어가면 건물이 훼손된다니요? 그리고 어느 누가 한옥 내부를 들어갈 때 하이힐을 신고 들어갈까요? 커피나 음료수 문제는 입구 한 쪽에 보관대만 만들면 해결되는 일이고요.

왜 사랑재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아봤더니, 국회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방문한 높은 손님들에게 한국의 미를 알리는 장소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사랑재의 이름대로 국민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뭔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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