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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당선인과 '타조백'

[취재파일] 박근혜 당선인과 '타조백'
지난 주말 대통령직 인수위 기자실에서는 난데 없는 '타조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들고 다니는 회색톤의 가방이 논란의 중심입니다. 며칠 전 인수위 국정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박 당선인의 사진이 일제히 신문에 실렸는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큼지막한 가방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땐 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새 온라인 상에서는 뜨거운 이슈가 돼 있더군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오돌토돌한 돌기가 있는 걸로 봐서 '타조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방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한 발 더 나가 '국내 00 업체의 제품이다.' '100~200만원 가격대의 제품이다' 등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일부 신문들은 발 빠르게 해당 업체 대표의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해당 업체 대표는 "(뜯어보지 않고서는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디자인과 색상이 딱 봐도 우리 것이 맞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업체 대표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정도면 네티즌들은 해당 제품이 맞다고 당연히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죠. 수천만원에 이르는 해외 명품에 비해서는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그렇다고 '고가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운 애매한 가격대 였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00업체'와 '타조백'이 올라가는 가 하면 해당 업체 홈페이지가 트래픽 용량 초과로 접속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는지 당선인 측에서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토요일(2월 2일) 오후에 기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최근 박 당선인이 사용하는 가방은 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아닙니다.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해당 업체 대표가 처음부터 명확하게 아니라고 했더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텐데...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던 게 아니냐며 다소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들끓었던 '타조백' 논란은 이렇게 헤프닝으로 끝이 났습니다. 업체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방을 직접 만드는 업체 입장에서는 차기 여성 대통령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팔목에 걸어줬으면 하는 생각은 충분히 가졌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의 품격과 이미지가 자신들의 제품에 그대로 덧입혀지는 셈이니 제품 홍보를 하고픈 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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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업체들도 대통령을 이용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합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거나, 지역 유세를 할 때, 가족들과 편안한 차림으로 산책을 할 때... 일반인들은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것들을 발견해서 이를 마케팅으로 120% 활용합니다. 출장 갈 때 사용하는 가방이나 구두, 서명할 때 사용하는 만년필, 연회에 입고 나오는 수트, 심지어 좋아하는 개나 고양이까지도 대통령의 이미지가 덧입혀집니다. 대통령이 애용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그 아이템은 <대통령 가방> <대통령 구두> <대통령의 애완견>이런 식으로 소위 말하는 '잇-아이템'이 되는겁니다. 이런 입소문은 대개 매출 상승으로 직결됩니다.

20일 후 대통령에 취임하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관심은 훨씬 더 높아질 겁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당선인이 어떤 옷을 입고, 어느 브랜드의 구두를 선호하는지, 선글라스는 어떤 스타일을 선택할지...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겁니다. 많은 업체들이 혹시 자신들의 제품이 선택되지 않았을까? 꼼꼼히 챙길텐데... 평소 박 당선인의 스타일대로 '허를 찌르는' 아이템 선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를 위해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되는 대통령의 이미지...결코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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